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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 늘려달라지만, 1대당 하루 120만원 손해라서…

등록 2013-09-29 22:35수정 2013-09-30 17:54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미금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M버스를 타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미금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M버스를 타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도권 쏙] M버스 4년, 줄서기 전쟁

수도권 대중교통의 고급화를 앞세워 2009년 등장한 ‘엠(M)버스’. 100% 좌석제, 정류장 최소화로 사업 초기 호평을 받았다. 인천, 경기도 성남·용인·화성·고양·남양주·파주와 서울을 오가는 하루 6만명이 이용한다. 그런데 지금은 ‘불만 버스’처럼 됐다. 왜 그럴까?

지난 26일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지하철 미금역 부근에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근 버스정류장에 언뜻 봐도 100m 넘는 줄이 이어져 있었다. 장사진을 친 젊은 남녀들은 너나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음 버스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를 검색하고 있는 것일까? 몇 분 뒤 M4102 번호판을 단 ‘M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버스 좌석은 39석뿐이고, 승객이 차면 문을 닫는다. 늘어선 줄은 좀처럼 짧아지지 않았다.

버스에 올랐다가 자리가 없어 다시 내린 손호영(36)씨는 “아침마다 30분 넘게 줄 서는 게 일상이 됐다. 곧 닥쳐올 겨울 추위 속에 줄을 설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맨 뒤에서 이따금 고개를 빼어들던 김태근(41)씨는 “처음 M버스가 생겼을 땐 참 좋았다. 그런데 이젠 탈 수도 안 탈 수도 없게 됐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침 출근시간대 ‘M버스 줄 서기 전쟁’은 경기도 수원시 광교, 화성시 동탄 새도시, 고양시 일산, 파주시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차 간격이 15~20분이다 보니 줄은 길어지고, 버스 2~3대를 눈앞에서 보내야 하기 일쑤다. 한마디로 M버스는 ‘그냥 지나가는 버스’다.

버스업체들도 하소연하고 있다. “M버스는 달리면 달릴수록, 버스를 늘리면 늘릴수록 적자가 불어난다”고 한다. 야심차게 M버스를 내놨던 국토교통부는 손실보전금 확대 등 준공영제 개념을 구상하고 있지만,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20개 노선 327대가 수도권을 누리는 M버스는, 수도권 직장인들에겐 ‘급행 통근버스’로 통한다. 정식 명칭이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Metropolitan Bus)는 정류장 수를 대폭 줄이고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위주로 운행해 기존 광역버스보다 최장 30분가량 빠르다. 편리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 입석도 금지했다.

그러나 M버스는 운행 4년 만에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자치단체엔 ‘민원버스’, 국토부엔 먹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닭의 갈비와 같은 ‘계륵버스’가 된 것이다.

시작은 아주 좋았다. M버스는 운행 초기 수단전환율(자가용이나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에서 M버스로 출퇴근 방식을 바꾼 비율)이 10%에 이르렀다. 서울에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시행됐을 당시 1%대의 수단전환율을 보였던 것에 견주면 엄청난 효과다. 때문에 수도권 대중교통정책 가운데 최단기간에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까지 받았다.

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M버스 도입안을 맨 처음 내놨다. 2개월 뒤인 같은 해 4월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M버스 추진을 다시 언급했다. 정부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자, 코앞으로 닥쳐온 ‘18대 총선용’이란 비난이 일었다.

그 뒤 M버스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이 ‘속도전’의 희생양이 됐다. 국토부는 애초 사업자 모집 당시 기본요금을 2000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기존 광역버스의 기본요금이 1700원인 점을 고려하면 17.6%가 비쌌다. 당연히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환승할인 전산화 등 버스요금 시스템이 미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토부를 시켜 ‘빨리 출발’을 요구했고, 업체들은 ‘선 시범운행, 후 요금 인상’이란 조건으로 M버스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M버스는 전원 좌석제여서 태울 수 있는 승객이 한정돼 있으나, 경기도를 기준으로 요금은 어른 현금 2100원 교통카드 2000원으로 일반 광역버스와 같다. 입석이 허용 안 돼 광역버스에 견줘 태울 수 있는 승객이 제한된 업체 처지에선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버스 증차는 언감생심이다. M버스 운행업체 관계자는 “출범 당시 국토부는 인수위 방침과 교통대책 발표 이행에 쫓겨 전산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는데 M버스 운행을 종용했다. 요금도 물가를 걱정하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2011년이나 돼서야 2000원으로 인상해줬다. 그런데 이는 각종 운행 손실보전을 받는 광역버스와 같은 수준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M버스 운행 버스업체들의 적자는 최근 매달 2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외부 지원금은 환승할인 손실보전금이 전부다.

반면, 입석과 좌석 모두를 허용해 출퇴근시간대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을 실어나르는 광역버스는 사실상 손실 대부분을 보전해준다. 2004년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연평균 2000억원이 넘는 돈을 66개 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적자노선 손실, 심야버스 결손 등의 명목으로 2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55개 시내·광역버스에 지원한다. 게다가 시내·광역버스는 정부가 표준운송원가까지 정해놓고 이에 못 미치는 금액까지 전액 보전해준다.

버스업체의 사정
정부 ‘요금 차별화’ 약속 깨고
일반 광역버스와 동일 요금
승객수 제한에 손실보전도 적어
차라리 운행 멈추는 게 낫더라

승객들의 불만
서울~경기 ‘급행 통근버스’
막상 타려면 1시간 줄서기 기본
적자보전이든 요금인상이든
대책 세워서 공급 늘렸으면…

결국 적자에 허덕이는 M버스 운영 일부 업체는 버스를 멈추는 일이 잦다. 노선별로 버스 1대를 빼먹고 운행을 하지 않으면 한달에 과징금 180만원만 물면 되지만, 인건비·유류비 등을 모두 더하면 M버스 1대의 적자는 하루에 120만원이라 이를 멈추면 한달에 3600여만원이 절약된다고 버스업체 관계자는 귀띔했다. M버스 업체들이 시내버스나 광역버스 사업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정관청의 눈치를 보느라 적자를 내는 M버스 사업을 쉽게 접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M버스 노선은 광역버스로 전환하기도 했다. 2010년 11월부터 경기 남양주(평내동)~서울 동대문역을 운행하던 ‘M2104’ 버스는 최근 운행을 중단하고 766번 광역버스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국토부는 “M버스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애초 성급하게 출발하다 보니 요금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지금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은 일부 맞다. 현재로선 지원금을 늘리기는 어려워 요금 정상화 방안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M버스 모델을 처음 제시했던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대중교통행정연구실장은 “M버스는 일반 버스나 지하철의 혼잡을 싫어하는 자가용 이용자를 수용하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일반 광역버스와 차별화된 요금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으나, 정부의 지원 부족과 잘못된 요금체계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됐다. 대중교통 정책의 적자를 사기업에 떠넘기려는 발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M버스를 이용해 성남 분당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영서(33·여)씨는 “M버스는 수도권 직장인들한테는 이제 없어선 안 될 교통수단이 됐다. 단 몇백원 때문에 하루에 1시간가량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낭비다. 정부가 요금인상이든 적자보전이든 무슨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 요청으로 지난 5월 M버스 운행 업체가 승객 4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요금을 300원

이상 인상해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85%(342명)를 차지했다.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5%(58명)에 불과했다. 300원은 애초 M버스 운행 계획을 짤 당시 광역버스와의 요금 차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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