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광마을의 청실배나무. 울산생명의숲 제공
전국서 가장 굵어…왕실 진상품
전국에서 가장 굵은 청실배나무가 울산에 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청실배는 구한말까지 왕실에 진상됐던 우리나라의 명품 재래종 배로 유명하다.
사단법인 울산생명의숲은 정우규 공동대표(이학박사)와 윤석 사무국장이 최근 울산 지역의 오래된 배나무 노거수를 조사하면서 울주군 온양읍 내광마을과 청량면 율리 안영축마을에서 천연기념물 가치가 충분한 청실배나무 두 그루를 찾아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내광마을의 청실배나무(사진)는 같은 종에서 기존에 둘레가 가장 굵은 나무로 알려진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은수사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386호, 추정 수령 600살)에 견줘 많게는 70㎝ 더 굵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 크기를 쟀더니 내광마을 청실배나무는 키가 약 14m, 가슴높이 둘레 3m(가장 굵은 곳은 3.2m), 나무갓의 너비가 10.8~11.5m로 나타났다. 은수사 청실배나무의 키 15m, 가슴높이 둘레 2.5m, 나무갓 너비 12.7~14.3m에 견줘 전체 크기는 조금 작았으나 둘레는 더 굵었다. 내광마을 청실배나무의 추정 수령은 300~350년으로 관측됐으며, 생육 상태도 양호해 해거리로 열매를 맺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영축마을 청실배나무는 키가 8.7m, 가슴높이 둘레 2.3m, 나무갓의 너비가 8m로, 천연기념물 497호인 전북 정읍시 산내면 두월리 청실배나무(추정 수령 250살)와 둘레 및 추정 수령이 비슷했다. 이 나무는 현재 울주군의 보호수로 지정돼 있으며, 생육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청실배는 맛이 달고 연하며 시원한 느낌이 있어 구한말까지 왕실에 진상되던 우리 재래종 명품배이며, 일본 품종인 장십랑과 교배시켜 얻은 품종이 근대 최초의 재배 배 품종인 단배이다.
정 대표는 “청실배나무는 우리나라 재래종 배를 대표해 유용 유전자원의 교배친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수가 많지 않고 큰 나무는 더욱 귀하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내광마을과 안영축마을의 청실배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재래종 배나무 자원의 보존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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