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바드리마을 ‘89번 송전탑’ 공사 터에서 한국전력이 중장비를 이용해 터잡기와 울타리 공사를 하는 동안, 쇠사슬을 몸에 두른 마을 주민들이 공사장 진입로에 앉아 공사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밀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한전, 아침6시부터 5곳 공사시작
시, 농성장 2곳중 1곳 강제철거
주민들 쇠사슬로 몸 묶고 저항
노인 여러명 쓰러져…3명 병원행
한전, 아침6시부터 5곳 공사시작
시, 농성장 2곳중 1곳 강제철거
주민들 쇠사슬로 몸 묶고 저항
노인 여러명 쓰러져…3명 병원행
한국전력공사가 초고압 송전탑 건설 공사를 본격 재개한 2일 경남 밀양시 곳곳에서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해 60~80대 할머니들이 여럿 다쳤다. 이 가운데 3명은 병원에 이송됐다.
한전은 이날 아침 6시께부터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바드리마을 송전탑(84·89번) 건설 예정지,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마을(95번), 상동면 도곡리 도곡마을(109번), 부북면 위양리 도방마을(126번) 등 5개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헬리콥터로 자재를 들여와 울타리와 임시숙소를 설치하는 등 송전탑 건설 공사를 재개했다.
밀양시는 오전 11시부터 단장면 단장리 송전탑 건설공사 4공구 야적장,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건설공사 3공구 야적장 앞에 주민들이 설치한 움막 형태의 농성장 2곳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25개 중대 2300여명을 동원해 주민들의 공사 현장 접근 등을 저지했다.
대부분 60~80대인 주민들은 공사를 막으려고 현장 접근을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종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바드리마을에서는 주민 9명이 쇠사슬로 서로 몸을 묶은 채 저항하다 김아무개(77·여)씨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도방마을에서도 박아무개(80·여)씨 등 2명이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도곡마을 강아무개(63·여)씨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밀양시 직원들은 경찰 지원을 받아 4공구 야적장 앞 농성장을 강제철거하려 했으나, 주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농성장 천장에 철사줄로 목을 맨 채 저항했다. 주민들이 막지 않았던 3공구 야적장 앞 농성장은 10여분 만에 철거됐다.
3·4공구 야적장은 밀양시에 세울 52개 송전탑 공사의 장비·자재를 쌓아두고 헬리콥터로 각 건설 예정지에 공급하는 곳으로, 송전탑 건설 공사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두 야적장 앞 농성장에선 송전탑 장비·자재 반입을 막으려고 여러 마을 노인들이 번갈아가며 지켜왔다.
4공구 야적장 앞 농성장을 지키던 이종숙(71) 산외면 보라마을 이장은 “평생 일군 전 재산을 빼앗길 판인데 왜 우리를 죄인 취급 하나. 경찰은 몇백만원 보상금 던져주고 내 전 재산을 앗아가려는 이들은 놔두고 왜 우리를 잡아가려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보라마을은 지난해 1월16일 송전탑 공사에 반대해 분신자살한 이치우(당시 74살)씨가 살던 곳이다. 김아무개(79·여·상동면 도곡리)씨도 “집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는데 어떻게 두고만 보겠느냐. 내 주변에 보상금 받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밀양 765㎸ 송전철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대책위원회’는 4공구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국민 단 한 사람이라도 정부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거나 잘못된 희생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한 뒤 대책위 상임대표 조성제 신부 등 4명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밀양경찰서는 전날 공사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 방해)로 바드리마을 주민 박아무개(58·여)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밀양/최상원 서영지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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