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가 다시 강행된 지 사흘째인 4일 오전 단장면 단장리 공사자재 야적장 앞에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공권력 남용 및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쇠사슬 감은 주민들 경찰과 맞서
경찰, 시민단체 회원 4명에 영장
경찰, 시민단체 회원 4명에 영장
경남 밀양에 초고압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사흘째인 4일에도 경찰과 주민·시민사회단체 회원들간 마찰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주민 7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의 시민·학생들이 이날 오후 ‘탈핵 희망버스’를 타고서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로 향했다.
한국전력공사는 4일 새벽부터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바드리마을 등 송전탑 건설 예정지 5곳에서 공사를 벌였다.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송전탑 건설공사 4공구 야적장 앞 농성장을 사흘째 강제철거하려고 시도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공사 현장과 4공구 야적장 등에 경찰 19개 중대 1700여명을 배치해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3일 4공구 야적장과 부북면 위양리 도방마을 등에서 공사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 방해 등)로 연행한 시민사회단체 회원 11명 가운데 경주환경운동연합 회원 이아무개(39)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날 아침 7시께 바드리마을 89번 송전탑 예정지 부근에서 밤샘 농성을 하던 마을 주민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였다. 대부분 60~80대 노인들인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쇠사슬로 서로의 목을 감은 상태로 경찰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강아무개(80), 김아무개(79), 최아무개(78), 김아무개(60)씨 등 할머니 4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도방마을 126번 송전탑 예정지 부근에서도 지난 1일부터 단식농성을 하던 주민 신난숙(49·여)씨 등 3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4일 저녁 서울 잠실에서 탈핵 희망버스에 오른 80여명 등 전국에서 출발한 시민·학생들은 5일 새벽 밀양에 도착하는 대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초고압 송전탑 건설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에 나설 참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4공구 야적장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주민 안전에 가장 위협적 존재”라며, 상동면 도곡리 도곡마을 109번 송전탑 예정지와 126번 송전탑 예정지에서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의료진 출입, 음식물 반입, 천막 설치 등을 허용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박창기 전 밀양시장 등 20여명은 이날 밀양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 송전탑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외부세력은 밀양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이계삼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탑 문제는 결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이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밀양으로 달려와 주민들을 위로하고 이들과 아픔을 나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외부세력이라고 한다면 이는 밀양 주민들의 아픔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며, 이야말로 ‘심정적 외부세력’만이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밀양/최상원 서영지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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