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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예측→세금 낭비…주민이 ‘대형 전시성사업’에 경종

등록 2013-10-10 20:08수정 2013-10-11 13:34

용인경전철 1조원대 주민소송
왜 소송 나섰나
소송단 “검찰·감사원 거쳤지만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소송 쟁점과 여파
이용객이 예상치 90% 밑돌면
‘시에서 손해보전’ 조항이 쟁점
김해·의정부경전철, 세빛둥둥섬…
‘용인’ 결과 따라 소송 잇따를 듯
해마다 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경기 용인 경전철 사업을 두고 용인시민들이 경전철 건설비 1조127억원 전액을 되돌려받으라는 주민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용인시장을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지방재정을 파탄에 빠뜨릴 만한 대형사업을 ‘묻지 마’ 형태로 벌이고도, 손해를 끼친 단체장, 공무원, 지방의원 등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미적거리는 행태에 주민들의 ‘집단 항의’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주민소송 나선 이유 용인 경전철이 개통한 것은 지난 4월26일이었다. 2000년 7월 용인경전철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지 10년 만에 준공됐고 38개월간 개통 지연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였다. 도시 대중교통의 혁명이라고 홍보되던 경전철에 대한 ‘장밋빛 환상’은 이내 ‘세금 먹는 하마’라는 대참사로 뒤바뀌었다. 개통 이후 하루 평균 경전철 이용객은 9000명을 간신히 넘겼다. 애초 16만명에 이를 것이라던 이용객 수의 16분의 1 수준이었다.

민간투자비 6354억여원, 국비·지방비 등 재정보조금 3772억여원 등 1조127억원의 건설비가 투입된 용인 경전철은 ‘수요 부풀리기’와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 속에 운행에 나섰지만 용인시는 해마다 473억원의 적자를 혈세로 메워야 한다.

주민소송단 변호인 대표인 현근택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벌였고 감사원 감사도 있었지만 시장, 공무원, 용역기관, 시의원, 사업 관계자 등 그 누구도 시민들이 떠안게 될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올해 2월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시민소송단’을 꾸려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에 나섰다. 주민소송단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올해 4월11일 경기도에 주민 감사를 청구하는 데 이어 경기도 감사에서 적발 건수가 고작 4건에 그치자, 이번에 주민소송을 직접 제기했다.

■ 주민소송 쟁점 용인 경전철 사업 과정에서 위법적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물릴지가 초점이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행위로 재정 손실이 발생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손해배상 청구나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주민소송단은 전·현직 용인시장 3명과 공무원 6명을 상대로는, 민간투자 사업으로 경전철 사업을 벌이면서 시의회의 동의 절차를 생략하는 등 사업 시행 과정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4년 용인시가 사업자와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이용객 수가 예상치의 90% 미만이면 손해를 보전해주기로 한 ‘최소운영수입 보장’(MRG)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계약 당시인 2004년에는 이용객 수가 예상치의 50% 미만이면 의정부 경전철처럼 손실 보장을 줄일 수 있었는데도, 굳이 2002년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연간 473억원의 적자를 용인시에 떠넘겼다는 것이 주민소송단의 설명이다.

그동안 책임 범위에서 벗어났던 한국교통연구원도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용인시의 의뢰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국교통연구원은 이용객 수를 16만1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 수는 9000명을 간신히 넘겼다. 이런 ‘뻥튀기 수요 예측’으로 사업성을 부풀리면서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용인경전철㈜ 대표 등과 건설업체 관계자 12명을, 사업 심의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용인시의원 18명을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포함했다.

■ 주민소송 여파는? 소송을 낸 용인시민들은 경전철 사업의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서 민사소송을 낼 수가 없다. 대신 사업을 주도한 용인시장에게, 손해를 입힌 관련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이 주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줄 경우 용인시는 60일 안에 전·현직 시장과 시의원, 사업 관계자 등에 대해 법원이 산정한 액수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그동안 지방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각종 대규모 전시성 토건사업들에 대한 주민소송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의 은하레일,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강원도의 알펜시아 사업 등은 지방재정 상태를 악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뻥튀기 교통수요 예측으로 큰 적자 상태에 빠진 부산~김해 경전철과 경기 의정부 경전철도 시민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주민소송을 검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부산·김해 시민 524명은 정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지난 6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의환 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정책국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과 의정부시의 잘못이 드러났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시장이나 공무원 등을 상대로 형사고발과 주민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신지평의 최재홍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세금낭비 사업에 대한 책임을 추궁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묻지마식 사업들에 대해 주민들의 ‘재정 참여권’을 실제로 행사함으로써 비슷한 사태의 재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원 의정부/홍용덕 박경만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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