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3세대까지 1125명 전수조사
신체장애·소아마비·다운증후군 앓아
가장 큰 걱정으로 “자녀로 유전될까”
신체장애·소아마비·다운증후군 앓아
가장 큰 걱정으로 “자녀로 유전될까”
원자폭탄 피해자 자녀 다섯명 가운데 한명은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도는 경남에 사는 원폭 피해자 1세대 666명, 2세대 339명, 3세대 120명 등 1125명의 생활실태를 지난 3월부터 석달간 조사해, 그 결과를 16일 내놨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월12일 ‘경상남도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조례’가 만들어진 데 따른 것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특히 원폭 피해자 2세대와 3세대 등 후손까지 조사한 것은 일본을 포함한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 원폭 피해자 1세대의 자녀 가운데 23.4%는 선천성 기형 또는 유전성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폭 피해자 2세대의 자녀 13.9%와 3세대의 자녀 5.9%에서도 선천성 기형 또는 유전성 질환이 발견됐다. 선천성 기형은 귀가 없거나, 손·발·얼굴·폐·심장 등에서 나타났다.
또 장애인 등록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1세대 12.8%, 2세대 9.1%, 3세대 3.3%로 평균 10.0%에 이르렀다. 이는 전국 장애인 등록률 5.0%의 두배에 이르는 수치다. 장애는 뇌성마비, 소아마비, 지체장애, 시각장애, 다운증후군 등으로 나타났다. 원폭 피해자들의 가장 큰 걱정 역시 ‘출산, 자녀 건강 등 유전적 불안감’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대해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는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지방정부 차원에서나마 원폭 피해자와 일부 후손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피해에 대해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형식적 1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연구조사와 더불어 피해자와 그 후손들에게 실효성 있고 적확한 지원정책 실시로 이어지도록 경남도가 꾸준히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원폭 피해자 2세들의 쉼터인 ‘합천 평화의 집’은 “경남도의 국내 첫 실태조사에 대해 국내 피해자들은 물론 일본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의 문제를 제대로 밝히고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조사 결과를 원폭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시책을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45년 당시 일본에서 한국인은 7만여명이 원자폭탄에 피폭돼 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 가운데 2만3000~3만3000여명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국내 원폭 피해자 1세대 가운데 생존자는 2510여명이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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