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군기지를 짓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평화와 치유의 책마을로 만들기 위한 ‘십만대권 프로젝트’ 기획단과 강정책마을친구들, 강정마을회 등이 18일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에 마련된 책벼룩시장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시인·소설가·해직기자 뜻모아
책 3만권·컨테이너 도서관 갖고
13시간 뱃길 달려 주민들 위로
책 3만권·컨테이너 도서관 갖고
13시간 뱃길 달려 주민들 위로
“우리의 책이 강정마을을 평화의 책마을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7년째 고통을 겪어온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18일 낮 시인과 소설과 해직기자 등이 강정마을을 평화와 치유의 책마을로 만들자며 추진한 ‘십만대권 프로젝트’의 끝을 알리는 잔치가 열렸다. 김선우 시인과 노종면 <와이티엔> 해직기자, 이상엽 선상문화제 총감독 등 350여명은 이동식 도서관으로 활용할 컨테이너 4개와, 6월부터 전국의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도서 3만여권을 갖고서, 서울에서 인천을 거쳐 13시간의 뱃길을 달리고 다시 제주항에서 제주도의 남쪽 끝 강정마을까지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강정마을 축구장에 350여명의 ‘응원군’이 나타나자 강정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책맞이 행사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7년 전 강정마을은 범죄 없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700여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이 체포돼 연행됐다. 전체 주민이 1900여명인 이 마을이 1가구에 1명이 법을 위반한 전국 최고의 범법자 마을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강정마을 주민들이 지쳐 있는 이때 십만대권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 백만대권의 힘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평화를 얻도록 다같이 노력하자”며 십만대권 프로젝트 기획단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참가자들과 주민들은 수백권의 책을 쌓아놓고 마을 거리에 둔 서가에 책을 꽂았다. 강정마을회관 앞에서는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요리사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했다. 오후엔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이병률·김선우 시인과 함께하는 북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18~19일에는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에서 헌책 벼룩시장이 열리며, 19일에는 체육대회와 평화기행 등이 열릴 예정이다.
노종면 기자는 “십만대권 프로젝트는 해군기지를 막자는 의미를 담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강정마을의 투쟁을 모르거나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강정마을이 책마을로 꾸려지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무총리실이 국방부·국토교통부·제주가 체결한 협정서를 근거로 강정마을을 갈등해소 지역으로 구분했으나, 강정마을 주민 강아무개(72)씨와 활동가 김아무개(22·여)씨 등 2명이 지난 8일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각각 징역 6개월과 8개월을 선고받는 등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다 구속된 주민과 활동가는 5명에 이르러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귀포/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