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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남도 씻김굿 채정례 선생 별세

등록 2013-10-23 19:16수정 2013-10-23 21:05

전라도 씻김굿의 원형을 고집스레 지켜온 채정례 선생
전라도 씻김굿의 원형을 고집스레 지켜온 채정례 선생
영화 ‘영매’ 주인공으로 출연
전라도 씻김굿의 원형을 고집스레 지켜온 채정례(사진) 선생이 지난 21일 별세했다. 향년 87.

고인은 굿판에선 엄격했지만, 망자의 한을 위로하면서 그 슬픔이 서러워 눈물을 흘릴 정도로 따뜻했던 ‘무당’이었다. 또 우리 민속문화 원형을 몸으로 지탱하며 살았던 큰 ‘당골’(세습 무당)이었다.

채 선생은 굿을 대물림해온 세습무 집안에서 태어나 전남 진도에 살면서 무업을 해왔다. 굿을 미신으로 터부시하던 사회적 분위기에 굿판을 멀리하다, 열여덟 살 때 함인천(85)씨와 결혼해 의신면 만길리에 살면서 무업에 입문했다. 생계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굿을 보고 자란 그는 언니 채둔굴(2000년 숨짐)씨한테서 무가를 배워 장구를 배운 남편과 함께 굿판에 섰다. 고인은 2007년 <한겨레> 기자와 만나 “망자의 한을 풀어 부정을 깨끗이 씻겨 극락으로 천도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고인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지 못했지만, 좋은 목청을 타고났고 굿 사설이 장단에 똑떨어져 명인으로 이름났다. 무속인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영매>(2002)에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2005년 그의 구술집(국립남도국악원 펴냄)도 나왔다. “내가 죽어불면 (굿을) 할 사람이 없응께, 기를 쓰고 갈친다(가르친다)”고 하며 제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22일 저녁 진도읍 산림조합추모관에서 고인의 넋을 위한 굿판이 열렸다. 제자 중 세 명이 굿을 주재했다. 2011년 광주 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소리꾼 채수정(44·음악학 박사)씨는 “1999년 처음 선생님을 찾아뵙고 굿을 배우며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죽음의 자리에 섰을 때 판을 움직이는 기운은 정정당당함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60년을 굿판에 섰던 고인은 떠났지만 그가 굿판에서 다루던, 수백년 된 정주(작은 종처럼 생긴 굿 도구)가 남았다. 고인은 생전 “내가 요렇게 생겼응께, 다음 시상(세상)엔 제일 이쁘게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광주/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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