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최소수입보장 폐지 ‘협약 변경’
맥쿼리 철수…금융 11개사 새 사업자
시가 요금 결정…1천억 시민펀드 판매
맥쿼리 철수…금융 11개사 새 사업자
시가 요금 결정…1천억 시민펀드 판매
민자사업자가 지난해 4월 일방적 요금 인상을 결정하며 특혜 논란이 불거진 서울 지하철 9호선 사업에서 서울시가 23일 특혜 장치로 지목된 최소 운영수입 보장 제도를 없애고 요금 결정권을 되찾아왔다. 서울시는 이날 민자사업자와 협약을 변경해 재정 절감 효과가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실시협약을 민자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과 새로 맺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번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를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로 삼아 시민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영해가겠다”고 말했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는 철수했으며, 이번 실시협약 변경이 전국 민자사업 협약의 변경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변경된 협약 내용을 보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 제도가 폐지됐다. 대신 실제 사업수입이 사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보다 부족할 경우 부족분만 지원하는 ‘비용 보전 방식’으로 전환했다. 최소 운영수입 보장제는 부풀려진 수요 예측에 맞춰진 예상 운임수입의 70~90%를 벌지 못하면 나머지를 모두 서울시가 채워주는 방식이었다. 이 제도로 서울시는 2009년 이후 올해 예정액을 합쳐 모두 1632억원을 민자사업자에 지급해왔다.
특히 지하철 요금을 바꿀 때 서울시에 신고만 하면 됐던 것을 서울시 승인을 받도록 바꿨다. 서울시가 요금결정권을 확보한 것이다.
민간투자자가 대폭 바뀌었다. 맥쿼리인프라와 현대로템 등이 지분을 팔고 나갔으며, 2곳의 자산운용사(한화자산운용, 신한비엔피파리바자산운용)와 교보생명·한화생명·흥국생명 등 재무 투자자 11곳이 참여한다. 최소 운영수입 보장과 후순위 대출 등을 통해 수익을 챙겨온 맥쿼리인프라 등이 지분을 매각한 가격은 7464억원으로 알려졌다.
협약 변경에 따라 앞으로 26년간 민자사업자에게 줘야 했던 재정보조금을 5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낮춰 최대 3조1929억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이전 협약에 따르면 시가 최소 운영수입 보장 7830억원과 요금 미인상 보조금 4조3915억원을 더한 총 5조1745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는 1000억원 규모의 ‘9호선 시민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민펀드는 1인당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평균 수익률은 4.3% 선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어 “애초 서울시가 잘못된 협약으로 입었던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 재정 낭비를 불러온 민간투자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강희용 의원은 “특혜 지적이 나오는 민자사업인 우면산터널에 대한 협약 변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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