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선형(50)씨.
717일만에 1인 시위 접은 북아현동 철거민 이선형씨
“(강제철거로 가게를 잃고 나서) 그동안 누구도 제 말을 들어준 적이 없었는데 (서울시) 조정관님이 말씀을 들어주시고 화를 달래주셔서 그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2011년 11월 서대문구 북아현동 ‘북아현뉴타운 1-3’ 구역에서 곱창집을 하다 강제철거를 당한 이선형(50)씨는 지난 25일 서울시청 새청사 앞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이날은 이씨가 점심시간마다 서울시청 새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지 무려 717일째 되는 날이었다. 만 2년 가까이 추위와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지킨 이씨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1인 시위를 접었다. 전날 재개발 조합과의 합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씨가 목에 건 나무판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님, 철거민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는 강제철거가 없는 서울시로 이끌어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이씨를 만난 박 시장은 “해결돼서 다행이다. 쉽지는 않았지만 서로 대화하고 신뢰가 쌓이고 서로 양보하고 그래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제가 오히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 시장에게 “다시 가게를 열면 시장님을 꼭 초대하겠다”고 했고, 박 시장은 “밥 먹으러 꼭 가겠다. 문 여는 날 알려달라”고 화답했다.
이씨가 운영하던 곱창집은 뉴타운 북아현 1-3구역에 있었다. 그는 뉴타운 철거가 시작되면서 조합이 제시한 턱없는 보상액에 항의하다 2011년 11월11일 결국 강제철거를 당했다. 철거 직후부터 주전자 물이 어는 한겨울과 땀이 비 오듯 하는 한여름을 아내와 함께 수도·전기·화장실이 없는 도로가의 천막에서 보냈다. 그러다 지난 6월 박 시장이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현장 시장실을 차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하소연했고 박 시장은 이씨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뒤인 7월말 강영진 서울시 갈등조정관(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이 이씨를 찾았고, 이후 강 조정관은 조합 쪽과 이씨를 수차례 오가며 중재안을 끌어냈다. 강 조정관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창업자금 지원제도를 이씨에게 소개하고, 이씨가 운영했던 곱창집 가맹본부에도 찾아가 새 가게를 얻을 수 있게 주선했다. 결국 이씨는 조합 쪽과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이씨는 “보상액만으로는 다시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가게를 열기 힘들겠지만 신용보증재단의 대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조정관은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민원인이 고통스런 투쟁의 세월을 마감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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