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왜 기소됐나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도현(52·우석대 교수) 시인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소장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 및 상대후보 비방 혐의로 지난 6월13일 불구속 기소됐다.
안 시인은 지난해 12월10~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라진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1976년 3월17일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습니다”, “도난된 보물 소장자는 박근혜입니다” 등 17차례 관련 글을 올렸다. 안 시인이 거론한 안중근 의사 유묵은 “恥惡衣惡食 者不足與議”(치악의악식 자부족여의)라는 글로 ‘궂은 옷,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의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안 의사가 1910년 3월 중국 뤼순 감옥에 수감됐을 때 쓴 글씨다.
검찰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허위사실과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은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고 암시·함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지정 문화재(보물 569-4호)인 유묵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시·장소·방법 등의 근거도 없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훔쳐 소장하고 있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안 시인의 트위터 글은 자료 증거 등을 근거로 했기에 허위사실이 아니고, 비방이 아니라 후보 검증 차원이며, 비방이라 해도 사실로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익을 위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안 시인은 28일 재판 최후진술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다. 법률을 앞세운 폭력이고 (내가) 피해자다. 수십년간 써왔던 시를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은 나름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 생각했던 것”이라며 항변하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7월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겠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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