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부클럽 충북지부 회원 등 시민들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 폐쇄 구간을 걷고 있다.
청주, 지난달 말부터 100일 임시폐쇄
생태실험 통해 쓰임새 찾기 한창
오늘 무료 길카페…새달 2일 캠프
환경단체 행사에 시민참여 줄이어
생태실험 통해 쓰임새 찾기 한창
오늘 무료 길카페…새달 2일 캠프
환경단체 행사에 시민참여 줄이어
10월의 마지막 밤은 무심천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31일 저녁 충북 청주시 무심천변에 ‘무심천 길카페’를 연다. 카페는 지난달 27일 저녁부터 폐쇄된 무심천 하상도로 구간(1.18㎞·청주대교~청남교)에 임시로 만들어졌다. 이 길은 1996년 무심천변에 만들어진 무심천 하상도로(6.5㎞)의 중간 부분이며, 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폐쇄된 뒤 철거 등 쓰임새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청주 도심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무심천은 갈대·국화가 흐드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날 저녁 6~9시 컵만 가지고 오면 농익은 솜씨의 바리스타가 갓 볶아낸 커피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연인, 가족 등을 위해 어둠을 밝힐 초까지 준비했다.
다음달 2일엔 ‘1박2일 무심천 캠프’가 이곳에서 열린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폐쇄된 도로 위에 텐트 등을 설치한 뒤 시민들과 하룻밤을 묵으며 무심천의 미래에 대한 토론, 공연, 무심천 생태 탐사 등을 진행할 참이다. 공식 캠프장이 아니어서 취사 등을 할 수는 없다.
오경석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은 “차에 빼앗겼던 길 위에 누워 뒹굴고, 차 마시고, 걷고, 노니는 행복을 맘껏 누리려고 카페와 캠프를 열기로 했다. 임시 폐쇄한 이 길의 쓰임새를 시민들과 고민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7일 이 길을 폐쇄한 뒤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폐쇄한 도로 위에 꽃과 나무를 심고 시민이 쉴 수 있는 의자를 놓았다. 무심천변에 누구나 이 길과 무심천에 대한 바람을 적을 수 있는 대형 펼침막도 걸었다. 펼침막엔 ‘무심천을 아이들에게’(허원), ‘무심천이 사람과 함께’(윤석위), ‘하상도로 하천으로 돌려주자’(송태호) 등 시민들의 글이 빼곡히 담겨 있다.
도로를 폐쇄하면서 환경단체들이 운영하는 무심천 생태 탐사, 무심천 걷기 등의 행사에 시민들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30일 오후 대한주부클럽 충북지부 회원 등도 이곳에서 무심천 길 걷기 행사를 했다. 이춘자(59·청주 사직동)씨는 “학창 시절 뛰놀던 이 길을 이렇게 걸을 줄 몰랐다. 참 좋다. 아이들 손잡고 함께 노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중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폐쇄된 뒤 한달 동안 무심천 이 길 위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이 철거를 바라고 있었다. 100일 임시 폐쇄 기간이 지나면 영원히 철거해 무심천과 시민들에게 길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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