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결정을 무시한 채 5·16 군사쿠데타 직후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 체포·구속됐던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부한 정부한테 법원이 3억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 민사3부(재판장 도진기)는 1일 오아무개(75)씨가 국가(법무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는 오씨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씨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민족민주청년동맹’ 활동을 이유로 수사기관에 영장도 없이 체포돼 88일간 구속되고, 이후 군무원 취업 뒤 강제면직됐다. 그는 이와 관련해 2009년 10월의 과거사정리위 조사 및 권고결정을 근거로 2012년 10월 정부에 배상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 산하 과거사정리위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희생자라고 결정한 개인에 대해 국가가 사실을 부정하고 민사소송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앞의 언행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반언의 원칙’에 어긋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과거사정리위는 과거사 규명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을 내걸고 활동하다가 2010년 말에 활동을 끝낸 기관인데 3년도 지나지 않아 다른 국가기관이 그 조사결과를 부인한다면 국가 단위로 볼 때 자기모순”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오씨가 체포될 당시 계엄법과 군사혁명위원회 포고령에 의한 비상계엄이 선포돼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가 가능했더라도 계엄법에 ‘군사상 필요할 때’만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난 것은 위법이며, 구속기간이 당시 형사소송법상 최장기간인 30일을 넘긴 것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씨가 당시 수사과정에서 ‘혐의 없음’ 결정을 받고 석방됐는데도 이런 전력 때문에 뒤에 군무원직에서 강제면직된 것도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오씨가 활동했던 민족민주청년동맹은 1960년 4·19 혁명 직후 결성된 단체로, 민족의 자주통일을 내걸고 당시 2·8 한-미경제협력 반대와 교원노조 지원, 반공법 및 시위규제법 반대 운동 등을 벌였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