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원심 뒤집은 판결
“조사위 환수대상 재산 이외에도
친일행위 대가는 모두 국가귀속”
“조사위 환수대상 재산 이외에도
친일행위 대가는 모두 국가귀속”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학도병 지원을 찬양했던 친일파 민영은(1870~1944)의 일부 후손들이 충북 청주시를 상대로 낸 조상 땅 찾기 소송에서 패소했다.
청주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영욱)는 5일 민씨 친손 등 후손 5명이 청주시를 상대로 낸 ‘도로 철거 및 인도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민씨 후손들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금까지 친일파의 재산 환수는 대통령 직속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2010년 해산)가 정한 환수 대상 재산 목록에 오른 것에 한정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일본이 1904년 ‘한일의정서’를 통해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러일전쟁 이후 친일 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앞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는 민씨가 중추원 참의 직위를 받은 1924년 이후의 재산만 환수 대상으로 봤고, 청주지법 1심 재판부도 이를 인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씨는 1911년 11월18일부터 1928년 4월12일 사이에 이 땅을 취득해 친일 행위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원고 쪽은 ‘조사위원회가 정한 환수 대상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씨는 충북도 참사(도지사 자문위원)이던 1911년부터 청주 남주동 우시장 근처 땅 등 12필지의 땅을 사들였다. 1913~18년엔 충북도 토지조사위원을 지내기도 했으며, 청주·보은군수, 도의원 등을 지내고 2차 대전 때는 조선인 지원병 제도 실시를 찬양했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의 토지 반환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원회’와 소송을 반대한 일부 후손들은 환영했다. 민씨의 외손자 권호정(62)·호열(57)씨는 지난달 17일 청주지법에서 소송에 반대하는 2인 시위를 하고 재판부에 현명한 판단을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김성진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사무국장)은 “사법부가 민영은의 친일 행적을 단죄해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재판부가 법률에 바탕해 친일 재산 범위를 확대한 만큼, 민씨를 포함한 다른 친일파들이 친일 행위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더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씨의 일부 후손들은 2011년 3월 청주 도심 12곳(1894.4㎡, 공시지가 3억700여만원)에 흩어져 있는 민씨 소유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청주지법은 “청주시는 민씨 소유 땅에 건설된 도로를 철거하고 인도해야 한다. 무단 점용 부당이득금 2억3100만원 등을 지급하라”고 원고 쪽 손을 손을 들어줬다. 민씨 후손 쪽 변호인은 “후손 등과 상의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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