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오빠를 잃고 혼자 사는 40대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의 몸에 고인이 된 어머니와 오빠의 영혼이 들어온 것처럼 속여 수십억원을 뜯어낸 무속인이 구속됐다.
어머니와 오빠를 잃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 혼자 사는 이아무개(49)씨는 2011년 1월 서울 중랑구 용마동 한 점집을 찾았다. 무속인 강아무개(49·여)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굿이 필요하다”며 200만원을 챙겼다.
한달 뒤 이씨의 아파트를 찾아간 강씨는 거실에 걸린 이씨의 어머니, 오빠 등 고인이 된 가족사진을 보고 집안 사정을 파악했다. 이어 “귀신 들린 집이니 당장 이 집에서 나가야 된다”고 이씨를 꼬드겼다.
강씨는 이씨가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이 상당한데다, 자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2011년 12월에는 고인이 된 이씨의 어머니로 빙의된 것처럼 행세하며 “용마동 법당이 너무 좁다. 함께 살자. 함께 살 집은 너와 내가 공동명의로 해야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사기극을 벌였다.
이씨는 자신의 어머니 영혼이 강씨의 몸에 들어갔다고 믿고 한 달 뒤 9억5000만원 가량의 대치동 아파트를 처분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에 있는 7억6000만원 가량의 4층짜리 건물을 사 강씨와 공동 명의로 소유권 등기했다. 2층은 강씨가 살 수 있게 점집을 차려주고 자신은 4층으로 이사했다. 강씨는 이후 이씨의 숨진 오빠로 빙의한 것처럼 꾸며 “망자도 산 사람과 똑같으니 용돈과 여비, 귀금속, 자동차 등이 필요하다”며 ‘금 두꺼비’, ‘순금 악어상’등 900만원 어치를 가로챘다.
이씨가 돈이 떨어지자 강씨는 태도를 바꿨다. 지난 2월 다시 이씨의 어머니로 빙의된 것처럼 속여 공동명의된 건물을 강씨 자신의 단독 명의로 돌리게 한 뒤 이씨를 내쫓았다. 뒤늦게 후회한 이씨는 지난 7월 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기도 성남중원경찰서는 강씨가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6차례에 걸쳐 굿값 등 각종 명목으로 14억원 어치의 금품과 7억6000만원 가량 부동산 등 21억6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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