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송해동씨 27년만에 현충원 안장
“잘 가시우, 앞으론 넋으로나마 좋은 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잘 지내시구랴.”
14일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는 한국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고 송해동씨의 유해 안장식이 조용하게 치러졌다. 송씨의 아내 이재연(81)씨는 평생 가슴에 묻고 지냈던 남편을 현충원에 내려놓고 이별을 고했다.
“전쟁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반평생을 빛 없는 방안과 병실에서만 지내온 양반이 좋은 곳에 묻혀 조금이나마 한이 풀리네요. 나라 위해 애쓰다 숨진 이들과 이웃하게 됐으니 안심이에요.”
충북 청주에서 경찰 생활을 하던 송씨는 한국전쟁이 나자 징집됐다. 전장을 누비던 그는 1951년 5월24일 임진강 전투에서 포격으로 얼굴 등을 크게 다쳤다. 막사로 지어진 임시 병동을 전전하던 그는 부상이 심해 전역한 뒤 중매로 아내 이씨를 만났다.
“시댁에 와서야 처음 얼굴을 봤어요. 상처가 너무나 심해 무섭기도 했지만 나라 위해 고생하다 다친 사람이니 내가 살면서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에서 살았고, 여기까지 왔네요.”
이씨는 상처 공개를 꺼려하며 두문불출하는 남편을 대신해 6남매를 도맡아 키우면서도 국가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 “남편도 그랬지만 나도 아이들이 ‘상이 군인의 자식’이라는 놀림을 당할까봐 피했어요.” 하지만 송씨가 1986년 8월 숨진 뒤 국립묘지에 안장하려고 보훈처 등을 찾아 유공자 지정을 신청했지만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며 번번이 거절당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풀렸다. 청주시는 2011년부터 3차 우회도로 공사 구간에 있는 송씨의 묘소를 이장해달라고 수십차례 요청했지만, 이씨는 “남편의 참전이 인정돼 국립묘지에 묻히기 전에는 이장할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었다. 다른 곳은 공사를 하면서도 이씨가 버티는 바람에 묘소는 탑처럼 남았다.
청주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씨의 말을 토대로 지난 6월부터 청주보훈지청 등을 찾아다닌 끝에 송씨의 참전 사실을 밝혀내 유공자 지정을 신청했고, 최근 선정됐다.
이씨는 “공사를 막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을 안고 숨진 남편과 그 아비를 그리워하는 자식들을 위한 늙은이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청주시의 노력이 고맙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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