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하다…형 대신…거짓선전에 속아
17일동안 굶고 노역하다 맞고 총알받이로
대구시가 지난 30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실무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증빙 자료가 명확한 164명을 피해자로 인정한다”고 결정한 뒤 국무총리실 산하 중앙위원회로 넘겼다.
대구 강제동원피해규명위 피해자 164명 인정
대구시가 이번에 인정한 피해자 가운데는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서 잠시 동안 일만하고 돌아온다는 말에 속아 전쟁터로 끌려간 경우도 있고,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느닷없이 잡혀간 눈물겨운 사연도 포함돼있다. 또 14살난 어린 소년이 전차부대로 끌려가기도 했다.
경북 상주와 영양에서 살던 정창수(83·사망)씨와 김도연(83·사망)씨는 일제가 당시 대구에서 석달동안 머물며 비행기 청소만 하고 돌아올수 있다는 말로 속인 뒤 전쟁터로 끌고갔다. 김영두(86·사망)씨는 경북 영양군 청기면에서 모내기를 하던중 면사무소 직원한테 끌려갔다. 김씨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오른쪽 눈을 잃고 양쪽 귀를 다쳐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려다 미군에 의해 구조됐다.
강제징용된 정운익(84·생존)씨는 오키나와에서 군속품 하역 작업을 하던중 일본군 장교한테 맞아 고막이 터지고 어깨와 허리를 다쳐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인달(78·생존)씨는 보국대 영장이 나온 형 대신에 끌려갔고, 우대복(79·생존)씨는 14살의 어린 나이로 전차부대로 끌려가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일제가 나이가 어리다며 봉급도 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한준(83·사망)씨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군속품을 하역하면서 불에 탄 밥을 먹고 살았으며 전쟁 말기때는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17일동안 굶기도 했으며, 조재봉(81·생존)씨는 “강제로 끌려간 일본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배가 없어 1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 2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 사례 5139건을 접수받아 2차례에 걸쳐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가운데 217건을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의견을 붙여 중앙위로 보냈다. 대구시는 앞으로 매달 1차례씩 심의위원회을 열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청과 구청에서 전담 직원이 크게 모자라 접수된 피해사례를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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