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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자동차 없이 한달…수원 생태교통을 향해 직진!

등록 2013-11-22 11:19

경기도 수원시에서 9월 한 달 동안 열렸던 생태교통 축제를 앞두고 8월23일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에서 생태교통 추진단 관계자들이 자전거와 세그웨이, 바이크 택시 등 생태교통수단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기도 수원시에서 9월 한 달 동안 열렸던 생태교통 축제를 앞두고 8월23일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에서 생태교통 추진단 관계자들이 자전거와 세그웨이, 바이크 택시 등 생태교통수단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특집] 2014 지역 청사진 수원
‘내가 꿈꾸는 마을과 도시는?’ 해마다 전국에선 많은 축제가 열린다. 내·외국인들이 몰려드는 축제들은 도시를 꿈꾸게 하고, 도시는 축제를 통해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꿈꾼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없어진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난 9월 한달 동안 차 없는 불편을 감수한 ‘생태교통 수원 2013’ 축제에는 세계 45개국 95개 도시 대표들을 비롯한 101만명의 내·외국인이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은 차량이 없어진 거리에서 골목길 문화를 즐기고 다종다양한 생태교통수단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불편을 즐겼다.

자동차 시동을 껐더니
미래 화석연료가 고갈된다면?
수원 행궁동 1500대 차가 멈추고
국내외 101만여명이 몰려와
노면전차·자전거 등 ‘불편 체험’

도심부활 시동이 켜졌다
생태마을 비전과 비결은?
축제 뒤 다양한 의견 쏟아져
1순위는 “주민참여와 화합 통해
낙후 도시를 살릴 콘텐츠로”

수원시와 이클레이(ICLEI·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지방정부), 유엔해비타트(유엔인간정주계획)가 공동으로 주최한 ‘생태교통 수원 2013’은 미래 도시의 생태교통을 내걸고 민관 협력이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실험이었던 만큼 국내외 관심도 뜨거웠다.

국내 언론은 물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찾아와 소개할 정도로 한달 내내 관심을 받았던 곳은 ‘행궁동’이라는 수원 옛 도심의 작은 마을이었다. 200여년 전 조선 정조가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로 축성한 화성의 중심이었지만, 쇠락에 쇠락을 거듭하던 행궁동 마을은 이 축제를 통해 ‘희망’의 실마리를 잡는 듯했다.

생태교통 축제가 열린 9월 한달 4300여 행궁동 주민들은 비상차량을 제외한 1500대의 차량을 마을에서 빼내 인근 주차장에 세워뒀다.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마을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고 짐을 옮기거나 급한 볼일이 생기면 생태교통 택시를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했다. 12개 자원봉사 분야에서 단일사업으로는 적지 않은 835명의 자원봉사자가 생태교통 택시를 모는 등 참여했다.

한달 동안 분주했던 수원 생태교통 축제가 주민들과 도시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13일 저녁 7시 수원 라마다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생태교통 300인 원탁회의’에는 축제를 마친 마을 주민 240명과 시민단체, 생태교통 전문가, 학생, 공무원 등 300명이 40여개 원탁에 둘러앉았다. 앳된 여고생들부터 행궁동에서 평생을 살아온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원탁토론 주제는 ‘행궁동 마을에서의 지속가능한 생태교통’이었다. 2시간30여분에 걸쳐 주제별 토론이 벌어지고, 그때그때 앉은자리에서 주민 의사를 결정하는 전자투표가 이어졌다.

첫 주제인 생태교통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묻는 토론이 벌어졌다. “축제가 끝나니 다시 차가 많아졌어요. 주1회 카프리(Car-free) 행사를 열어 전국의 대표적 생태교통 마을로 이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38년을 행궁동에 살아온 주민 도종호(74)씨가 말했다. “점집이 많아요. 점집 때문에 동네 집값 싼 곳 아니냐고 이야기해 창피해요.” 37년을 살아왔다는 최화야(63)씨가 말했다. “행궁동에 30년 살았는데 이런 큰 변화는 처음입니다.” 행궁동 상가번영회 황현노 단장의 이야기다. “생태교통축제가 홍보가 제대로 안 됐어요. 옆 동네 사는 제 친구가 잘 몰라요.” 여고생 이주은(17)양의 말이다.

원탁에 둘러앉은 이들은 나이와 성별의 차이도, 축제를 찬성했든 반대했든 개의치 않았다. 누구나 평등하게 자신이 꿈꾸는 마을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1분30초 동안 발언하고 토론도 할 수 있었다. 토론 도중엔 실시간으로 원탁회의 발언 내용이 회의장 대형 스크린에 등장했다. 의견들은 주제별로 분류되고 순위를 매기는 전자투표가 이어졌다.

이날 참가자들이 꿈꾼 행궁동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생태교통 마을 발전 방안을 두고 투표자 33%가 주민간 토론과 화합을 꼽았다. 차 없는 거리 확대는 16% 지지로 2위를 기록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하자는 의견이 13%, 특색 있는 테마 상권으로 재구성하자는 제안이 11%, 주민 교통 불편을 먼저 해결하자는 의견이 11% 차례로 지지를 얻었다. 차 없는 마을의 운영 시기는 투표자 232명 중 102명이 토·일요일 시간을 정해 운영하자는 데 찬성했다.

지난 9월 수원시 행궁동 마을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앞줄 가운데)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지방정부 모임 ‘이클레이’의 콘라트 오토치머만 의장(맨 오른쪽) 등이 생태교통수단인 자전거 등을 타며 차 없는 마을을 체험하고 있다.(위) 수원시 행궁동 주민 등 300여명이 지난 13일 라마다 플라자 수원호텔에서 열린 차 없는 생태교통마을 운영을 위한 ‘수원시 생태교통 300인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지난 9월 수원시 행궁동 마을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앞줄 가운데)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지방정부 모임 ‘이클레이’의 콘라트 오토치머만 의장(맨 오른쪽) 등이 생태교통수단인 자전거 등을 타며 차 없는 마을을 체험하고 있다.(위) 수원시 행궁동 주민 등 300여명이 지난 13일 라마다 플라자 수원호텔에서 열린 차 없는 생태교통마을 운영을 위한 ‘수원시 생태교통 300인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토론에선 차 없는 생태마을 조성에 대한 찬반 의견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목욕탕을 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이대로 차 없는 거리가 지속되면 4개월 안에 부도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식당을 운영한다는 여성은 “먹고사는 게 중요하다. 택시기사들이 안 오는데 대책부터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그리스·로마 시대에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직접민주주의를 한 것처럼 이렇게 주민 주도형 원탁회의를 통해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결정에 참여하는 모습이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생태교통 축제는 민관 협치(거버넌스)의 성공이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도시의 희망이었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고, 축제에서 축적된 경험이 오늘 원탁회의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직접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 데 참여하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다.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은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틀 전인 11일 열린 수원시 공무원과 전문가, 주민 대표 등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졌다. “낙후 도심을 살릴 문화콘텐츠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의 지원이 필요하다”(박호철 행궁동 문화슈퍼 주인), “행궁동에서 주변 화성 구도심지역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김명욱 수원시의원), “세계인이 찾아와 수원의 대표적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용학 주민자치회장),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해 생태교통을 시 전역으로 확대하자”(한경숙 수원중증장애인독립센터장)….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장은 “생태교통 축제 뒤 세계 도시들로부터 축제를 어떻게 했는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시와 주민들이 생태교통의 꿈을 실현할지를 묻는 문의와 발표 요청이 쇄도했다”고 국외의 뜨거운 반응을 소개했다.

김주석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원(도시환경연구부)은 “생태교통 축제는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불러왔다. 주민들이 ‘차 없는 생활도 가능하구나’ 하며 참여했고, 쇠락해가는 동네에서 ‘뭔가 될 것 같다’는 의식의 변화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생태교통 축제를 통해 수원시는 국내 최초의 노면전차 도입과 무인 자전거 대여 등 다양한 생태교통수단을 도입하며 문화와 역사가 깃든 수원 화성의 옛 도심을 부활시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듯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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