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이던 세종시가 새 정부청사와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 새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시는 행정기관 공무원과 가족 등 주민들과 상가 등이 눈에 띄게 늘면서 충청권 발전을 이끌고 있다. 세종시 제공
[충청·강원 쏙] 도약하는 충청지역
충청 인구가 올해 호남을 앞지르면서 ‘영충호 시대’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인 세종시가 충청의 성장을 이끈 만큼,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대응, 지방분권의 가속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 충청권에서는 ‘영충호 시대’란 말이 유행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이 말을 처음 꺼냈다. 이 지사는 지난 8월12일 낸 ‘이젠 영충호 시대’란 보도자료에서 “지난 5월 이후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추월해 과거 영호남 중심의 지방구도가 이젠 영-충-호(영남·충청·호남)로 바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영충호’는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의 신조어에도 등록되는 등 빠르게 번지고 있다.
■ 지금은 영충호 시대 충청권에선 ‘영충호 시대’란 말을 충청권 발전의 상징처럼 쓰고 있다. 수도권을 뺀 영호남 등의 인구가 줄고 있지만 충청권은 유독 인구가 늘고 있는데다 경제 성장세도 꾸준하다. 지난달 말 기준 충청권 인구는 대전 153만2456명, 충남(세종 포함) 216만3948명, 충북 157만1704명 등 526만8108명이다. 호남권은 광주 147만3576명, 전남 190만5627명, 전북 187만1776명 등 525만979명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충청권과 격차도 1만7129명으로 점차 벌어지고 있다. 충청권은 2524만여명인 수도권, 1321만여명인 영남권과 차이가 크지만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통계청이 낸 장래 인구 추계(2010~2040년)를 보면, 이런 추세는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인구는 2020년 546만명, 2030년 567만명, 2040년 568만명으로 불어나지만 호남권은 2020년 505만명, 2030년 502만명, 2040년 491만명으로 줄어든다. 특히 충북은 지금 전남에 견줘 30만명 이상 적지만, 2040년에는 171만명으로 전남을 1만명 이상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경제 수준도 차이를 벌리고 있다. 호남권의 지역내 총생산(GRDP)이 2003년 75조2970억원에서 2011년 126조4990억원으로 늘어난 사이, 충청권은 2003년 81조1030억원에서 2011년 151조4400억원으로 불었다. 이 기간 충남의 지역경제성장률은 9.4%였다. 2%대인 서울·부산 등을 압도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끈 중국(10.8%)에 견줄 만했다. 백운성 충남발전연구원 지역경제연구부장은 “충남 아산·천안, 충북 청주 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성장으로 충청지역 경제 성장이 눈에 띄게 도약했다. 앞으로도 호남권과는 상당한 격차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우리 이제 핫바지 아니유’ 정우택 새누리당 국회의원(청주 상당)은 지난 14일 충청권 국회의원 수(25명)를 호남권(30명)보다 적게 정한 공직선거법의 선거구 획정이 헌법에 위반한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했다. 인구가 더 많은데 국회의원 수를 적게 배정한 것은 평등 원칙을 위반하고 충청권 주민들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지난 12일 박성효 새누리당 의원(대전 대덕구) 등 17명은 시·도별 인구수 등에 따른 의원 배정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충청 인구 급증…호남 추월
경제 성장률도 호조세 보여
‘세종시 탄생’ 성장의 견인차 영호남 중심 구도 바꿔가며
의석수 늘리기 헌법 소원도
“국토 재편 길잡이 노릇할것” 이에 민주당 충북도당은 21일 보도자료를 내어 “충청권의 국회의원 증원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단순 인구 비례로 보면 호남권은 5석을 줄여야 하고, 충청권은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반면 수도권은 10석을 늘려야 한다. 얼핏 충청권을 위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수도권에 아부하는 정치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충청권 의원 확대가 당위성은 있어 보이지만 현실상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민련·자유선진당 등이 충청권에서 몰락한 뒤 충청권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정치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원 이황휘(43·충북 청주시)씨는 “지역이 발전한다니까 자부심 같은 것은 생기지만 국회의원 수 따위는 크게 관심 없다. 인구나 경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예산 배정을 더 많이 받아 복지·문화 혜택이 늘고 삶의 질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충호 시대, 왜? 전망은? 영충호 시대에 이른 배경으론 세종시 출범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세종시 인구는 10만3127명에서 지금은 12만1247명으로 1만8120명 늘었다. 공교롭게도 호남권과의 인구 차(1만7129명)와 비슷하다. 세종시가 충청권 성장의 마루지(랜드마크)로 거론되는 것이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전국연대 이두영 집행위원장은 “세종시 건설로 대표되는 균형발전, 지방분권 정책의 결실이 영충호 시대”라고 말했다.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공무원들의 이주, 그에 따른 인구와 경제의 분산 효과가 가져온 변화라는 것이다. 그는 “인구·경제력이 과밀·집중된 수도권의 인구가 충청권으로 유입된 반면, 수도권의 인구도 늘고 있는 것은 영호남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추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영호남에도 균형발전과 분권·분산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자치단체장들도 분주히 만나기 시작했다.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달 1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행정협의회를 열어 수도권 규제 완화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 결의문을 채택해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 중단을 위해 협력하고, 세종시를 정치·행정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협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또 충청권 국회의원 정수 문제도 올해 말까지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 염 대전시장은 “앞으론 영남, 호남, 충청이 3대 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고, 안 충남지사도 “충청권이라는 큰 시야를 가지고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호응했다. 이 충북지사는 “과거 영남과 호남이 패권을 나누듯 양분되면서 충청권이 설 자리가 없었지만 충청권이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와 역할이 필요하다”며 영남·호남·충청의 3극 체제에서 충청권이 조정·융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을 폈다.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준비위원장은 “충청권의 눈앞 경쟁 상대는 호남이 아니라 인접한 수도권이다. 위축되고 있는 지방을 한데 묶어 수도권의 남진에 대응하고,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건설 가속 등 박근혜 정부한테 더딘 지방분권 정책에 속도를 내도록 재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충청권 광역경제협의회가 가동중이다. 2000년대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에 이어 태양광·신소재를 미래 산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충북은 증평·음성 등에 태양광 전지·부품 관련 업체를 유치한 데 이어 한방·화장품 등 생명공학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남도 2년 전부터 차세대 에너지 전지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정삼철 충북발전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 수석연구위원은 “세종시의 행정, 오송·오창·대덕단지의 산업과 고급 인력, 철도·항만·공항 등의 교통, 수도권은 물론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까지 두루 갖춰 충청권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의 성장은 앞으로 국토 재편의 길잡이 노릇을 할 것이다. 인구·경제 등의 규모만을 키울 게 아니라 삶의 질을 확장하는 쪽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경제 성장률도 호조세 보여
‘세종시 탄생’ 성장의 견인차 영호남 중심 구도 바꿔가며
의석수 늘리기 헌법 소원도
“국토 재편 길잡이 노릇할것” 이에 민주당 충북도당은 21일 보도자료를 내어 “충청권의 국회의원 증원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단순 인구 비례로 보면 호남권은 5석을 줄여야 하고, 충청권은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반면 수도권은 10석을 늘려야 한다. 얼핏 충청권을 위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수도권에 아부하는 정치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충청권 의원 확대가 당위성은 있어 보이지만 현실상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민련·자유선진당 등이 충청권에서 몰락한 뒤 충청권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정치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원 이황휘(43·충북 청주시)씨는 “지역이 발전한다니까 자부심 같은 것은 생기지만 국회의원 수 따위는 크게 관심 없다. 인구나 경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예산 배정을 더 많이 받아 복지·문화 혜택이 늘고 삶의 질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충호 시대, 왜? 전망은? 영충호 시대에 이른 배경으론 세종시 출범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세종시 인구는 10만3127명에서 지금은 12만1247명으로 1만8120명 늘었다. 공교롭게도 호남권과의 인구 차(1만7129명)와 비슷하다. 세종시가 충청권 성장의 마루지(랜드마크)로 거론되는 것이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전국연대 이두영 집행위원장은 “세종시 건설로 대표되는 균형발전, 지방분권 정책의 결실이 영충호 시대”라고 말했다.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공무원들의 이주, 그에 따른 인구와 경제의 분산 효과가 가져온 변화라는 것이다. 그는 “인구·경제력이 과밀·집중된 수도권의 인구가 충청권으로 유입된 반면, 수도권의 인구도 늘고 있는 것은 영호남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추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영호남에도 균형발전과 분권·분산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자치단체장들도 분주히 만나기 시작했다.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달 1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행정협의회를 열어 수도권 규제 완화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 결의문을 채택해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 중단을 위해 협력하고, 세종시를 정치·행정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협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또 충청권 국회의원 정수 문제도 올해 말까지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 염 대전시장은 “앞으론 영남, 호남, 충청이 3대 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고, 안 충남지사도 “충청권이라는 큰 시야를 가지고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호응했다. 이 충북지사는 “과거 영남과 호남이 패권을 나누듯 양분되면서 충청권이 설 자리가 없었지만 충청권이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와 역할이 필요하다”며 영남·호남·충청의 3극 체제에서 충청권이 조정·융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을 폈다.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준비위원장은 “충청권의 눈앞 경쟁 상대는 호남이 아니라 인접한 수도권이다. 위축되고 있는 지방을 한데 묶어 수도권의 남진에 대응하고,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건설 가속 등 박근혜 정부한테 더딘 지방분권 정책에 속도를 내도록 재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충청권 광역경제협의회가 가동중이다. 2000년대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에 이어 태양광·신소재를 미래 산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충북은 증평·음성 등에 태양광 전지·부품 관련 업체를 유치한 데 이어 한방·화장품 등 생명공학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남도 2년 전부터 차세대 에너지 전지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정삼철 충북발전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 수석연구위원은 “세종시의 행정, 오송·오창·대덕단지의 산업과 고급 인력, 철도·항만·공항 등의 교통, 수도권은 물론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까지 두루 갖춰 충청권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의 성장은 앞으로 국토 재편의 길잡이 노릇을 할 것이다. 인구·경제 등의 규모만을 키울 게 아니라 삶의 질을 확장하는 쪽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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