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캐피탈의 전직 간부가 원전 브로커들을 통해 정·관계에 원전공사 수주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전 냉각수 처리 전문업체로부터 3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24일 원전 냉각수 처리 전문업체 ㅎ사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최아무개(49) 전 산은캐피탈 투자실장을 구속기소하고, 최씨한테 금품을 건넨 ㅎ사 이아무개(75) 회장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5월 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5000만원을 받고 같은해 2월 같은 명목으로 이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지난 2월까지 4100여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은캐피탈이 중심이 된 사모투자펀드를 ㅎ사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씨한테 금품을 건네며 다른 투자자를 물색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 등과 함께 사모투자펀드를 조성해 ㅎ사에 정책자금 642억원을 투자했다. 산은캐피탈은 이 정책자금을 관리하려고 최씨를 감사로 ㅎ사에 파견했다.
최씨와 이 회장은 금품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청탁이 오가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ㅎ사는 이른바 이명박 정부 당시 실세인 ‘영포라인’ 출신 오아무개(55·구속)씨와 김종신(67·구속) 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한테 한국전력이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참여와 한수원이 운영중인 국내 원전 냉각수 처리시설 공사 및 관리를 계속 맡을 수 있게 해 달라며 20여억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1972년 설립된 한국산업리스가 전신이다. 1999년 한국기술금융과 합병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있다가 2009년 10월 산은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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