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공사 재개된 8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 송전탑 건설부지 127번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밀양 송전탑 반대 촛불미사
“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밀양 주민들과 연대해 송전탑 반대 투쟁에 함께 나선 것은 이곳이야말로 생명사랑 정신을 실천할 곳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고 강조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곳 주민들이기 때문입니다.”(김준한 신부)
지난해 1월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주민 이치우(당시 74)씨가 765킬로볼트(㎸)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꾸려진 ‘고 이치우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에 천주교 부산교구의 조성제 신부와 김준한 신부가 참여하면서, 천주교계와 밀양주민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김준한 신부는 “생명사랑과 이에 따른 탈핵은 천주교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에, 천주교계와 밀양주민의 연대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 신부는 ‘고 이치우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에서 발전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밀양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1월23일부터 매주 1~2차례 송전탑 건설 반대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여차례는 천주교계가 주도한 촛불미사였다.
송전선 통과 예정지역인 밀양시 상동면 유산리에 봉쇄수도원인 가르멜수녀원이 있는 것도 천주교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수도원 안에서만 생활하는 수녀 18명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다는 뜻을 수녀원 대리인을 통해 명확히 밝혀왔다. 지난 9월30일 보상안에 대한 주민 찬반투표가 열렸을 때는 마을주민 자격으로 참가해 공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준한 신부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밀양에 와서 주민들을 만나보면 송전탑 문제는 밀양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밀양”이라고 말했다.
밀양/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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