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대대적으로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고사목 제거 작업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0일 오전 10시41분께 제주시 오라동 오라대교 인근 하천에서 소나무 재선충 고사목 제거 작업을 벌이던 조아무개(64)씨가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낮 12시20분께 숨졌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제주시 오등동 교정아파트 인근에서 고사목 제거 작업을 하던 북부산림청 영림단원 최아무개(49)씨가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제주도는 내년 4월까지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 22만여그루를 베어내기로 하고, 연말까지 11만그루, 내년 1~4월 11만그루를 제거하는 방제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 10월 초부터 공무원을 비롯해 마을청년회, 군·경 등의 협조를 얻어 하루 1000여명을 투입해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영된 고사목들을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비탈지거나 소나무들이 무성한 오름이나 하천 등지에 있는 소나무들을 베어내는 과정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에 참가했던 제주시 공무원 김아무개(53)씨는 “소나무를 베어낼 때마다 피하라고 외치는 등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쓰러지는 방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고사목 제거현장에 투입되는 인력들에 대해 안전장구를 착용하도록 하고 안전교육 등을 하고 있지만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 10월10일 제주시 아라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김아무개(62·여)씨가 고사목 제거작업을 하다 쓰러지는 나무에 다쳐 중상을 입는 등 지금까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사망 사고는 지난 14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고사목 제거작업을 하다 다친 애월읍 애월리장 박아무개(63)씨가 숨진 지 17일 만에 일어난 것이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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