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발행 ‘자유한인보’ 3호 복사본
주간 발행 ‘자유한인보’ 3호 복사본
포로명단 포함…“위안부 있을수도”
포로명단 포함…“위안부 있을수도”
2차 세계대전 때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됐다가 연합군에게 붙잡혀 하와이 수용소에 잡혀 있던 한국인들이 발행한 <자유한인보> 3호(1945년 11월15일 발행)가 2일 발견됐다. 이 <자유한인보>는 하와이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이들이 일주일마다 발행하던 소식지 형태의 잡지다. 1~7호까지 발행됐지만 지금까지 7호(마지막 정간호·1945년 12월12일 발행)만 1987년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자유한인보> 3호는 복사본으로, 충북 청주의 <충청일보> 자료실에서 나왔다. 김도형 독립기념관 연구위원은 “7호는 종간호여서 기존 <자유한인보>와 다른 형태지만 3호는 원형으로 보여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포로들의 반일 감정이 군데군데 묻어난다”고 말했다.
조무주 <충청일보> 논설실장은 “창간 70년사를 쓰려고 자료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으며, 표지에 1991년 4월4일이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미뤄 이때 수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누가 어떤 경로로 왜 수집했고 보관해 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하와이 수용소에는 한국인 강제 징용자 2780여명(추정)이 전쟁 포로로 수용돼 있었으며, 학도병 출신인 박순동·이종실·박형무 등이 <자유한인보>의 편집·발행·기사작성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지(사진)를 포함해 60쪽 정도를 국한문 혼용체로 발행했으며, 사진·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당시 포로들은 노역 임금 등을 쪼개 <자유한인보>를 냈으며, 주마다 300~500여부 정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이 재미있다. ‘세계방송국’이라는 칼럼에는 ‘조선공무회장인 김용중씨가 일제에 배상금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썼다. ‘고담’ 코너에서는 ‘초월한 사랑’(향천 작)이란 수필이 실렸으며, ‘운동과 팀웍’이라는 칼럼에서는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를 ‘우리나라 운동계의 보배 마라손왕 손기정’이라고 소개했다. 스포츠 코너에서는 ‘이태리(이탈리아)와 축구전에서 5 대 3으로 석패했다. 졌지만 하나도 보기 싫은 것 없이 깨끗하게 싸워 유감스러운 것이 없다’는 내용이 실렸다. ‘말썽꺼리’ 코너에는 ‘고래는 고기입니까? 짐승입니까?’ 등 간단한 퀴즈도 실려 있다.
<충청일보>는 <자유한인보> 3호와 함께 포로들의 명단도 함께 찾았다. 이 명단은 <자유한인보> 7호의 부록 격으로 당시 포로들이 작성한 뒤 각자 나눠 가졌다. 최영호 하와이대 명예교수(역사학과) 등 하와이 한인회는 내년 포로수용소 자리에 이들의 이름이 담긴 기념탑을 세울 계획이다.
김 연구위원은 “명부에는 포로들의 이름·주소 등이 기재돼 있는데 여성들의 이름도 함께 나온다. 이들이 간호원이었을 수도 있지만 일제 때 군대와 함께 위안부가 따라다녔던 사실이 있어 이들 명단이 위안부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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