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피우다 진압뒤 심장마비
최근 호랑이 사고가 터졌던 서울대공원에서 지난해엔 흰코뿔소가 내부 우리를 벗어나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사고가 있었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흰코뿔소는 다시 우리 안으로 들여보내려던 과정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이 끊어졌다.
2일 서울대공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몸무게 2톤의 수컷 흰코뿔소 ‘코돌이’(35)는 지난해 8월5일 저녁 7시께 대동물관 내실문을 열고 나와 건물 복도 건너편에 있는 사료 조리실과 공구창고에서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 건물 내부 벽과 공구들을 머리로 들이받는 등 흥분상태였고, 한밤중에 출동한 사육사들은 코돌이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진압작전’을 폈다. 대형 선풍기를 돌리면서 지름 19㎜ 호스로 물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차가운 물을 지속적으로 맞은 코돌이는 우리를 벗어난 지 4시간 정도 지난 밤 11시께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을 멈췄다. 코돌이가 건물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다.
대공원 쪽은 죽은 코뿔소를 공원 안 대동물사 부근에 파묻었는데, 사고 대처와 수습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서, 서울시에는 알리지 않았다. 대공원 쪽은 사고가 일어나고 두 달이 지난 10월22일에야 코뿔소 사인 등을 종합해 환경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원 관계자는 “내부 관리가 허술했다. 그러나 대동물관 외부에 쇠막대로 된 밀폐문이 있어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명 피해와 무관하고 동물 관리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전문성을 가진 대공원 쪽에서 책임진 것”이라면서도 “시설 상태와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벌이고 필요하면 관련 예산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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