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가짜 서류를 만들어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타낸 뒤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횡령)로 농민단체 중앙연합회 전 회장 홍아무개(56)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이 단체 현 회장 임아무개(50)씨와 전 사무부총장 박아무개(55)씨, ㅅ농업법인 대표 고아무개(49)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홍씨는 전 사무부총장 박씨와 짜고 회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1월~2011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허위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35차례에 걸쳐 국고보조금 9억4900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챙긴 돈을 각종 경·조사비에 쓰거나 임원진의 국외여행 비용, 차량유지비,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홍씨에 이어 회장을 맡게 된 현 회장 임씨는 지난해 8월 전국회원대회 개최 명목으로 보조금 5억4000만원을 지원받아 이 가운데 2억6000만원을 빼돌려, 전 회장인 홍씨가 단체 명의로 빌린 돈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지난해 10월 이 단체에 농자재 독점 판매를 할 목적으로 주변에서 투자금 1억3600만원을 끌어모은 뒤 이 가운데 3000만원을 단체에 기부하고 7000만원은 박씨에게, 나머지 3600만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1997년 창립해 1999년 사단법인 등록을 한 이 단체는 쌀농사를 짓는 전국 농민 7만6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비영리 농민단체다. 분기별로 1만원의 회비를 받고 있다. 단체 간부들은 정부가 농민의 사기 진작(전국회원대회·농업인의 날), 고품질 쌀 재배(농민 교육·유기벼 재배 매뉴얼 책자 발간·우수 쌀 재배 농민시상) 등의 사업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사실을 알고 허위 용역계약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국고보조금 누수를 알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농민단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제도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관계 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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