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화생태계 활성화 토론회
치솟는 건물 임대료 탓
예술인들 뿔뿔이 흩어져
100여명 모여 묘수찾기
“놀이터나 경의선 부지 등
공적 공간에 문화 입히자”
“다양한 장르의 축제를 열자”
치솟는 건물 임대료 탓
예술인들 뿔뿔이 흩어져
100여명 모여 묘수찾기
“놀이터나 경의선 부지 등
공적 공간에 문화 입히자”
“다양한 장르의 축제를 열자”
독특한 문화 생태계를 자랑했던 서울시 ‘홍대 앞’의 생명력이 한계에 이른 것은 아닐까? 홍대 앞의 예술가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 짐을 싸서 떠나고 있는 까닭이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 100여명이 모여 앉았다. 이른바 홍대 앞으로 불리는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 거리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홍대 앞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청책 토론회’라는 이름의 멍석을 깔았다.
홍대 앞은 1990년대 중반까지 미술학원 밀집지역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이후 독립 예술가들의 갤러리나 인디밴드 공연장 등이 생겨나면서 독특한 문화 생태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점차 상업주의의 강한 힘에 임대료가 치솟았고, 급기야 가난한 예술가들은 인근 서교동이나 합정동, 연남동 혹은 아예 한강 너머 영등포구 문래동 등지로 밀려나고 있다.
실제 이날 한 토론자는 “서교동 사거리에서 카페를 하다 10개월 만에 재건축을 이유로 퇴거 통보를 받았다. 현행법은 재건축을 이유로 언제든 상가 세입자를 내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모임’의 공동대표 김남균씨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건물 주인은 임대료를 두 배로 올려 쫓아낸 뒤,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아 챙긴다”고 말했다.
돈은 예술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시를 쓰며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한다는 한 토론자는 “홍대 앞 예술인들은 (홍대 앞 상권의)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건물주들 아래서 고통받고 있다. 대관을 해야 하니 소신 있는 공연도 못한다. 기본적인 영양분이 말라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제안도 쏟아졌다. 누구는 “홍대 앞 개발에서 경의선 부지 같은 공적인 공간을 ‘공유문화’와 결합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이는 “홍대 앞 종합문화축제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문화적)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다른 가치에 대해 관용적 분위기가 있는 곳”이라면서 홍대 앞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토론 과정을 지켜본 박원순 시장은 “예술가들의 자주성과 창조성을 보장하는 행정이 문화행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와 마포구, 홍대 앞 문화예술가들의 협의체를 제안했다. 박 시장은 이어 “경의선을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공무원들한테 맡기지 말고 여러분들이 직접 요구하고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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