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밀양주민 유아무개(71)씨의 넋을 달래기 위해 대부분 노인들인 밀양주민들이 거리에 시민분향소를 차려 10일 현재 사흘째 운영하고 있다.
유족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주민대표 등으로 이뤄진 장례위원회는 유씨의 주검을 밀양시 내이동 밀양농협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해 놓은 상태에서, 지난 8일 저녁 경남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인근에 시민분향소를 차렸다. 유씨의 큰아들(45) 등 유족도 9일부터 시민분향소로 옮겨 조문객을 맞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분향소 주변을 경찰버스로 막고 천막 등 분향소 설치에 필요한 물품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아, 분향소는 바닥깔개와 비를 막는 비닐천장만 갖췄을 뿐이다.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어 주민 5명이 병원에 후송됐고, 비가 왔던 지난 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고서야 물에 젖지 않도록 바닥에 깔개를 깔 수 있었다. 대부분 노인들인 주민 40여명은 외투를 껴입고 노숙을 하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장례위원회는 분향소를 유지하기 위해 오는 25일까지로 되어 있는 집회신고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분향소가 있는 곳은 하천·도로부지로, 이곳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만으로 이미 도로교통법과 하천법을 어기고 있다. 따라서 천막 등의 설치를 허용할 수 없다. 한쪽면이라도 옆면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면 구조물이 되기 때문에 이 역시 허용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씨를 기리는 추모문화제가 11일 저녁 7시 시민분향소에서 열린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장소는 바뀔 수 있다.
유씨는 지난 2일 저녁 8시50분께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자신의 집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해, 지난 6일 새벽 3시50분께 숨졌다. 유족들은 ‘765㎸ 송전탑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던 유씨의 뜻을 받들어 송전탑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밝히고,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과 원인제공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10일 현재 16개 송전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밀양/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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