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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은 살리려 엄마는 불길을 등지고 꼭 껴안은 채…

등록 2013-12-12 11:42수정 2013-12-13 08:19

[부산 아파트 화재 참변]

3자녀와 함께 숨져…베란다로 대피해 끝까지 보호한 듯
영정을 바라보는 남편의 두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아
이웃들 “참 화목한 집이었는데…” 안타까움 감추지 못해
11일 밤 부산 북구 화명동 ㄷ아파트 7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내와 세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조아무개(33)씨는 12일 부산 북구 금곡동 ㅈ장례식장 빈소에서 벽에 기댄 채 영정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영정 사진 속 밝게 웃고 있는 아내와 세 아이가 금방이라도 달려나올 것만 같았는지,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불이 나기 3시간여 전, 조씨는 차량으로 20~30분 거리의 직장에 출근하러 집을 나섰다. 평소처럼 아이들의 배웅을 받았다. 밤 9시15분께 아내한테 전화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고 있다”고 했다. 아내와 마지막 통화였다.

그 20분 뒤 집에서 불이 났다. 현관 옆 작은방에 큰딸(8·초등 1년)을 둔 채 안방에서 아들(9·초등 2년)과 한살배기 둘째딸을 재우던 조씨의 아내 홍아무개(33)씨는 밤 9시35분께 매캐한 냄새와 함께 불길이 현관 쪽에 치솟는 것을 보고 울면서 119에 신고했다. 아이 부르는 소리와 아이 울음소리가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에 전달됐다.

불길이 번지자 홍씨는 안방에 있던 두 아이를 데리고 베란다로 갔다. 불길이 베란다로도 덮쳤다. 홍씨는 오른팔로 둘째딸을, 왼팔로 아들을 꼭 껴안았다. 등 쪽에 뜨거운 불길이 다가왔지만, 두 아이를 감싼 팔을 떼지 않았다.

홍씨가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소방관들은 신고 접수 42분 만인 밤 10시17분 큰 불길을 잡는 초기 진화를 했다. 소방차들이 왕복 2차로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소방관들이 현관문을 여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부산 북부소방서 화명안전센터가 2~3㎞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데 이날은 9분 걸렸다고 소방 당국은 설명한다.

구조대원들은 신고 접수 55분 뒤인 밤 10시30분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베란다에서 쪼그려앉은 채로 숨져 있는 홍씨와 작은방에서 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쓰러진 채로 숨을 멈춘 큰딸이 있었다. 신고 접수 1시간30분 뒤인 밤 11시5분께는 아들과 둘째딸이 홍씨 품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 가족들이 차례로 들것에 실려 나올 때마다 조씨는 목놓아 울었다.

한 구조대원은 “홍씨의 등 쪽만 불에 타고 아이들은 약간 그을려 있었다. 홍씨가 아이들을 살리려고 일부러 등을 불길 쪽으로 내민 것 같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아이들을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홍씨와 아이들이 연기 때문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외상이 없었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때 연기를 마시면 수십초 만에 기절할 수 있고 의식을 잃은 뒤 몇 분만 지나면 질식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파트 거실 천장에 있는 4개의 형광등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윤규 부산 북부경찰서 형사과장은 “3~4개월 전에 천장 등의 안정기를 교체했고 불에 탄 흔적이 천장 등을 중심으로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거실 천장 전등 누전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민은 “조씨 부부가 유모차를 함께 밀며 주변을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웃에서 보기에도 참 화목한 집이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부산/김영동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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