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계국악단이 지난 2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시내에서 시민들의 환호 속에 국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영동군청 제공
사람과 풍경 │ 영동 군립 ‘난계국악단’ 종횡무진 활약
충북 영동 난계국악단(단장 송재구·단원 32명)이 세계 곳곳에 국악의 한, 흥, 멋을 심고 있다. 영동은 우륵, 왕산악과 더불어 3대 악성으로 불리는 난계 박연(1378~1458) 선생이 나고 자란 국악의 고장이다. 영동은 국악박물관, 국악기 제작촌, 국악 축제 등을 통해 난계의 국악 사랑을 퍼뜨리고 있다.
국악단은 1991년 5월 창단했다. 전국 군 단위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다. 올해 141차례 공연을 하는 등 22년 동안 1600여차례 무대에 올랐다. 난계국악단은 잘 갖춰진 무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국악을 찾고,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 올해는 영동경찰서 유치장에도 국악 선율이 울려 퍼졌다. 지역의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인 송호국민관광지,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에서 피서객들에게 국악을 선물했고, 경부고속도로 황간휴게소에서도 연주회를 열었다.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등 세계인들이 찾는 축제·행사장 무대에 서기도 했다. 박준서 영동군 국악진흥팀장은 12일 “난계국악단은 군민의 음악단인 만큼 시민 속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많이 하려 한다. 음악이 벽과 경계가 없는 것처럼 국악단도 시민과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한인회 초청으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했다. 최초의 국악 공연이었다. 관악합주 수제천, 아악 대취타, 산조합주, 풍물 판굿, 국악관현악 난계아리랑, 타악협주곡 신모듬 등의 공연이 이어지자 2500여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시드니에서는 거리 공연도 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난계국악단은 지금까지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서 틈틈이 국악 공연을 하고 있다.
연주뿐 아니라 아마추어 국악인을 길러내는 일에도 열심이다. 지난 3~11월 금요일 저녁마다 영동군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악 강습을 했으며,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영동군청 공무원에게 ‘1인 1악기’ 연주 강습을 했다. 국악단에서 연주를 익힌 공무원들은 지난달 22일 가야금 등이 어우러진 공무원 국악한마당 연주회를 열었다. 정구복 영동군수는 시조창을 익히고 있다. 송재구 난계국악단장은 “전국에서 모인 수준 높은 단원들이 농익은 공연을 통해 국악을 나라 안팎에 알리고 있다. 국악단은 영동뿐 아니라 나라의 자랑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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