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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송전탑, 주민-한전 6년 갈등끝 ‘조건부 합의’ 새 국면

등록 2013-12-12 20:39수정 2013-12-12 22:20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송전탑 높이 39.4로 낮추는데
주한미군이 동의때 우회로 건설”
동의 안하면 기존 선로 그대로
주민들 “미군이 송전탑 높이 문제
제대로 조사땐 결과에 깨끗이 승복”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던 전북 군산시 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두고 주민 대표들과 한국전력공사가 ‘주한미군 결정에 따라 우회선로 건설 여부를 확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주한미군의 태도에 따라 주민 반발 등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으나, 국민권익위원회·군산시 등의 중재로 조건부 합의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오전 군산시청에서 새만금 송전탑 관련 현장 조정회의를 열어 ‘인근 공군비행장을 운용하는 주한미군 쪽이 송전탑 높이를 39.4m까지 낮추는 데 동의할 경우, 한전은 우회선로를 건설한다’는 조정안을 끌어냈다. 반면 주한미군 쪽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이 물러서 기존 선로 건설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미군 쪽의 회신은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애초 새만금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해 군산변전소~새만금변전소 구간(30.6㎞)에 345㎸급 송전탑 88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새만금 산업단지에 들어설 기업들에 전력 공급을 위해 201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했다. 한전은 2008년 12월 군산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지난해 4월까지 일부 구간에 송전탑 42기를 설치했으나 주민 반발로 나머지 46기를 세우지 못했다. 전체 공정률은 68%에 그쳤다.

 주민들은 ‘한전 계획대로 논밭 위로 송전철탑을 건설하면 땅값이 떨어지는 등 1조원 넘는 재산 피해를 보고, 일부 송전탑은 마을과 200m로 가까워 주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은 지중화를 하면 ㎞당 2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거부했다.

 주민들은 2012년 3월 자부담으로 3300만원을 들여 전북대에 ‘마을과 논밭을 우회하는 노선’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을 맡겼고 용역 결과, 주민 피해가 없고 공사비 차이가 크지 않다고 나왔다. 그러나 한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회노선은 37.8㎞에 철탑 137기를 세워야 해 비용이 600억원 넘게 늘어 25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가 중단된 2012년 4월, 한전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자 주민들도 감시초소를 세워 저항했다. 주민 8명이 다쳤고 25차례나 공사가 중단되는 등 밀양 송전탑 갈등 못지않게 격렬하게 대치했다. 이때까진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로 격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경남 밀양 송전탑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밀양 쪽과 달리 군산 쪽이 조건부 합의에 이른 것은, 일단 지방자치단체의 중재 시도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주민과 한전이 극한 대립을 했을 때 대화를 이끌었고 주민 설명회도 여러 차례 했다. 주민들이 송전탑 높이 39.4m를 제안했을 때도 한전이 처음엔 반대했지만 수용하도록 강력히 권고했다”고 말했다. 군산시 등은 주한미군 쪽에 ‘우회선로 건설 때 송전탑 높이를 54.3~75m로 할 경우, 일괄적으로 50m로 할 경우 비행기 운항 장애가 발생하는지’를 질의했다. 미군 쪽은 둘 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주민 1008명은 지난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접수했다.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군산시는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 노선을 두고 한전과 협상을 하는 등 적극 나섰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밀양시는 일방적으로 한전 편을 들며,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을 무시했다. 밀양에서도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섰으나, 밀양시의 이런 태도 때문에 주민들의 대안은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했고 합의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은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이고, 새만금 송전탑은 지역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중고압 선로라는 점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 강도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주한미군의 의견에 따라서 갈등이 재연될 소지는 남아 있다. 주민이 반대하는 종전 노선을 채택하게 되면 보상 문제와 함께 일부 주민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주민 전종섭(65)씨는 “미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거나 하면 그때 가서 투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50 대 50이기 때문에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보상 수준에 준해서 지역협력사업비 및 개별 가구보상비를 지급할 방침이다. 군산시·전북도도 주민숙원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대책위 강경식(49)씨는 “투쟁이 장기화하면 양쪽 모두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주민 전체가 합의했고, 주민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미군 쪽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만 제대로 하면,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전북건설지사 윤근화 팀장은 “주민이 원하는 우회노선으로 가면 철탑을 더 세워야 해 부담이 크지만, 서로가 결과 승복을 약속한 만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대화와 신뢰를 통해 상호협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군산 창원/박임근 최상원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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