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등 실태조사
사업비 부풀리고 개인빚 갚고…
개인통장으로 자금관리 86곳
사업비 부풀리고 개인빚 갚고…
개인통장으로 자금관리 86곳
서울 뉴타운·재개발 구역 중 한 곳인 ㄱ조합은 조합장과 경리직원 2명이 상근을 하고 있다. 이 조합은 운영비를 절감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사무실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월급 110만원에 조리사까지 고용해 한 해 동안 4600만원을 식대로 썼다. 한달에 무려 380만원, 20일 근무 기준으로 보면 2명이서 하루 19만원어치씩 먹은 셈이다.
ㄱ조합은 또 정비업체 용역비를 3.3㎡당 6만9000원에, 설계용역비는 12만2700원에 계약했다. 서울시 용역비 평균치의 2배, 2.5배씩 많은 수준으로 사업비를 과다 지출한 것이다.
ㄱ조합만이 아니다. ㄴ추진위는 추진위 승인 전 이미 4억원을 썼고, 승인 뒤엔 5년 동안 단 한번도 총회를 열지않았는데도 4억원의 운영비를 써 8억원을 낭비했다. 모두 추진위 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할 돈이다. ㄷ추진위는 외부에서 33억원을 빌리면서 총회 결의도 받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뉴타운·재개발 현장 공공관리 강화책’의 일환으로 사업이 장기지연되면서 사용비용이 과다하게 증가한 곳과 비리 발생 전적이 있는 네 구역에 40명의 합동점검반을 투입해 조사한 결과다.
17일 서울시 발표를 보면, 추진위가 설립되면 사업자 등록을 한 뒤 법인 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데도 서울시내 119개 추진위 중 86개는 개인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했다. 이러다보니 ㄹ조합은 조합장이 개인적으로 빌린 4억6000만원을 조합 돈으로 갚아줬고, 앞서 ㄱ조합의 조합장은 수시로 절차 없이 조합 돈을 자기 돈처럼 빼내 지금까지 3300만원을 빌렸다. ㄱ조합은 조합 돈 10억원을 총회 결의도 없이 설계자나 정비업체, 조합원에게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들 4곳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위법사항은 고발하는 한편, 부당이득은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또 재개발 회계처리 표준기준을 마련해 회계감사 횟수를 늘려 2년 주기 정기감사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추진위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자치구에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반면 모범조합을 선정해 신용대출 금리를 3%까지 인하하는 등 장려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합의 방만운영을 근절하기 위해 제도개선과 현장점검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서울의 정비사업 구역 406곳 중 180곳은 2년째, 32곳은 5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들 구역은 사업 진척이 없이 인건비나 관리비 등 사용비용을 계속 지출하고 있어 주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구역의 평균 사용비용은 26억3000만원에 이른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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