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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노숙인 신부’의 뜨끈뜨끈한 시집

등록 2013-12-19 19:27수정 2013-12-19 22:15

김대술 신부(54)
김대술 신부(54)
‘바다의 푸른 눈동자’ 김대술 신부
노숙인 보살피며 2011년 등단
안타까운 사연들 63편에 담아
“천만권 팔아서 노숙인 도울것”
10년째 노숙인들을 돌봐온 대한성공회 김대술(54·사진) 신부가 19일 첫 시집 <바다의 푸른 눈동자>를 펴냈다. 그는 “천만송이 꽃송이처럼 천만권의 시집을 팔아, 귀농하려는 노숙인들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의 수익금은 전액을 노숙인 자활기금으로 기탁할 참이다.

김 신부는 계간 시전문지 <시와 문화>(2011년 여름호)를 통해 ‘고등동 여인숙’ 등 3편의 시로 등단했다. 1999년 성공회 사제로 서품을 받은 뒤 경기도 남양주 마석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데 이어,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수원역 앞에서 노숙인들을 보살펴와 ‘노숙인 신부’로 불린다.

이번 첫 시집은 노숙인을 돌보면서 틈틈이 써온 시 63편을 모았다. 시 한편, 한편에는 우리 사회의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노숙인들을 향한 김 신부의 따뜻하고 안타까운 시선이 묻어나온다.

“마음 가릴 모자 없어” 깊게 모자를 눌러썼다는 노숙인, “조용한 다리 밑의 잠자리 얻으려 무단횡단 중 개새끼처럼 차에 치인” 노숙인, “이불 한 채, 가스 버너, 밥통과 수저, 그의 지친 몸처럼 엎어진 막걸리 병”만을 남긴 채 여인숙에서 숨져간 전직 화물트럭 운전기사 출신 노숙인…. 추운 겨울 가슴을 파고드는 노숙인들의 절절한 사연이 담겼다.

2007년부터 수원 다시서기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해온 그는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고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강원도 인제군에서 귀농 활동을 이끌어오고 있다. 제주도 추자도 출신인 김 신부의 고향 바다에 대한 애틋함도 시에 녹아 있다. 지난 10월에는 제주도 어촌의 조기 파시 현장에 노숙인을 보내 스스로 노동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노숙인 귀어촌’ 활동도 펼쳤다.

그가 보살펴온 수원역 노숙인 가운데 일부는 강원도 농촌마을에서 농부로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경기도가 이들에게 두달치 방값과 밥값을 지원하고, 이후에는 노숙인들이 알아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김 신부는 이들이 강원도에서 숙식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단독주택을 하나 얻어주고자 시집 발간을 시작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다. 길게는 귀농·귀어촌에 나선 노숙인들의 자활공동체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김 신부는 “내년부터는 전국 농어촌에 노숙인들을 보내 자립할 수 있도록 귀농과 귀어촌 활동을 확대할 예정인데 최소한의 이들 노숙인 자립 지원비가 필요하다. 10권, 20권, 50권을 넘어 천만송이의 꽃송이처럼 천만권의 시집을 팔아 귀농하는 노숙인들과 함께 농어촌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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