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등 40여명 참석
학생 28명 일찍 퇴소시키고
10여분 회의뒤 소주·맥주 마셔
몇몇은 개고기 2차 회식
숙소엔 포장 뜯긴 카드도
학생 28명 일찍 퇴소시키고
10여분 회의뒤 소주·맥주 마셔
몇몇은 개고기 2차 회식
숙소엔 포장 뜯긴 카드도
이기용 충북교육감이 충북 진천에 있는 충청북도청명학생교육원에서 교육장, 직속 교육기관장 등과 회의를 한 뒤 음주가 포함된 만찬을 주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청명교육원은 다문화가정 자녀, 학교폭력 피해자, 학교 부적응 학생 등 위기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으로 규정(시설 운영규정 6조)으로 음주를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는 곳이다.
충북교육청과 청명교육원 쪽은 이 교육감과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 도교육청 국·과장 등 40여명이 지난 20일 저녁 7시께부터 청명교육원에서 ‘직속 기관장 교육장 회의’를 했다고 26일 밝혔다. 교육청 쪽은 “일종의 기관장 연석회의로 충북교육 3.0 워크숍 성격이었다. 교육 현안과 내년 주요 업무 계획 등에 대한 회의였다”고 덧붙였다.
회의는 2층 회의실에서 10여분 정도 진행됐으며 1층에 마련된 만찬으로 이어졌다. 내년 지방선거 충북지사 후보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이 교육감이 와인잔에 포도주를 따른 뒤 ‘우리는 하나다. 말 안 해도 다 안다. 끝까지 함께한다’는 건배사를 하자 참석자들이 ‘함께한다’를 따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의 건배사 뒤 참석자들은 식탁에 놓인 소주·맥주 등을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에 대해 라기복 도교육청 총무과장은 “테이블 8개에 소주·맥주가 각 한병씩 놓였는데 그걸 나눠 마셨다. 연말 만찬 하면서 그 정도는 충분히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주 규정이 있는 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문구 청명교육원 총무부장은 “충북교육청 소속 학생과 가족, 교사를 대상으로 대여를 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음주는 안 된다. 이날 우리는 시설만 대여한 뒤 모든 행사는 교육청에서 주관해 음주 사실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몇몇 기관장은 만찬이 끝난 뒤 교육연구동에 마련된 숙소로 이동해 개고기 등으로 준비된 2차 회식까지 즐긴 뒤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오전 귀가했다. 이들이 자고 간 방에서는 술병과 먹다 남은 고기, 포장이 뜯긴 카드 등이 발견되면서 음주에다 도박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육감은 만찬 중 행사장을 떴고 몇몇만 남았다. 카드는 외부인에게도 개방하는 시설이라 이용객을 위해 비치해 놓은 것일 뿐 도박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명교육원 최 총무부장은 “기본적으로 숙소에 카드를 비치해 두지 않는다. 카드가 숙소에서 나온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 입소돼 있던 학생 28명은 통상적으로 금요일 저녁 식사를 한 뒤 퇴소하지만 교육감 등의 회의와 이어진 만찬 때문에 20일 오후 서둘러 교육원을 퇴소하기도 했다.
충북교육노동조합 연석회의는 26일 성명을 내어, “학생 교육 시설에서 술판 등을 벌인 이 교육감과 교육청의 반교육적 난장판을 규탄한다. 이 교육감은 도민 앞에 사죄하고 바로 사퇴하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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