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에 4924만원 놓고가
시가 비석도 세웠지만 신원 몰라
시가 비석도 세웠지만 신원 몰라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0년 첫 성금을 익명으로 기부한 뒤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14년째 몰래 나타나 세밑을 훈훈하게 달궜다.
30일 오전 11시15분께 40대 후반 중년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얼굴 없는 천사 비석 옆에 상자를 두고 가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고 전주시가 밝혔다.
이날 우연히 전화를 받은 노송동주민센터 공무원 문서윤씨는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미처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현장으로 가보니 A4 용지를 담는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 동전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 1개, 연필꽂이통 형태의 저금통 1개가 메모와 함께 들어 있었다.
메모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금액은 모두 4924만6640원이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5030만4600원을 놓고 간 바 있다. 그는 14년째 15차례에 걸쳐 모두 3억4699만7360원을 두고 갔다. 그러나 이 ‘얼굴 없는 천사’의 신원은 여전히 안갯속에 남아 있다.
‘얼굴 없는 천사’ 비석은 전주시가 이 익명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노송동주민센터 꽃밭에 시민의 마음을 모아 세웠다.
이남기 전주시 노송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소중히 쓰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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