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송전탑 건설에 항의해 목숨을 끊은 유한숙씨의 밀양시 삼문동 시민분향소에서 유씨의 큰아들(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과 밀양 주민들이 지난 28일 조문객을 맞고 있다. 밀양/최상원 기자 csw@hani.co.kr
80여명 사망·부상 불구 해결안돼
지역주민들 4개면 11곳서 농성중
시민분향소엔 전국 조문객 발길
지역주민들 4개면 11곳서 농성중
시민분향소엔 전국 조문객 발길
“밀양 주민 대부분이 보상받고 송전탑 공사에 동의하기로 한전과 합의했다고 언론에선 그러던데, 실제로 밀양에 와 보니 언론 보도와 너무도 달라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이 추위를 견디며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보도할 수 있었을까요?” 경남 밀양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목숨을 끊은 유한숙(71)씨의 밀양시 삼문동 시민분향소를 지난 28일 방문한 대학생 조아무개(22·여)씨는 30일 “페이스북 등에 밀양의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결국 해를 넘겨 새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로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 91일이 됐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집계한 바로는, 10월1일 공사 재개 이후 경찰과의 마찰로 다치거나 쓰러진 주민은 88명에 이른다. 유씨가 지난 6일 숨졌고, 일주일 뒤인 13일 권아무개(51·여)씨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금까지 다친 주민은 50명이며, 주민들을 막다 다친 경찰도 3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를 받은 이는 밀양 주민 37명, 시민사회단체 회원 11명 등 48명이라고 대책위는 집계했다. 경찰은 주민 36명, 이른바 ‘외부세력’ 13명, 송전탑 시공사 직원 2명 등 51명을 조사했다고 한다.
송전탑 공사 재개 이후 숨지거나 다친 사람이 80명을 넘었고,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도 50명 안팎에 이른다. 그럼에도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을 막겠다는 의지는 꺾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송전탑 건설 예정지인 밀양시 부북·상동·산외·단장면 등 4개 면에는 주민 농성장이 11곳 있다. 부북면 위양마을과 평밭마을 주민들은 부북면 위양리 산 50번지 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곳에 농성장을 세워 공사를 막고 있다. 한전은 4개 면에 세울 송전탑 52개 가운데 30일 현재 22곳에서 공사를 벌여 5곳을 완공했다고 밝혔는데, 이들 공사장은 대부분 주민 접근이 곤란한 곳이다.
평밭마을 주민 이남우(70)씨는 “보상은 필요 없다는 주민들에게 왜 억지로 보상금을 받으라고 하느냐. 우리는 돈에 팔려 가는 식민지 노예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의 부인 한아무개(66)씨는 지난 26일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 위양마을 주민 서종범(55)씨는 “한전은 765㎸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왜 주민들에게 보상을 하려고 하나. 우리는 끝까지 송전탑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목숨을 끊은 유씨의 빈소가 차려진 시민분향소는 주민들이 마을별로 돌아가며 지키고 있고, 전국에서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향소를 지키는 유씨의 큰아들(45)은 “밀양시장이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하겠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밀양시는 밀양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송전탑 사태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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