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경찰서 진술녹화실을 변호인 접견실로 사용
피의자 상담비밀, 경찰이 엿들을라

등록 2013-12-31 19:43수정 2013-12-31 21:11

부산·대구·서울 등 통합운영
충북·대전 등 절반이 접견실 없어
경찰 “공간 부족탓…엿듣는 일 없다”
인권침해 우려에도 규제조항 안둬
부산·대구 등 일부 지방경찰청과 경찰서들이 피의자를 상대로 조사하는 진술녹화실을 변호인이 피의자를 만나는 접견실로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가 자신을 방어하려고 변호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을 경찰이 엿들을 수도 있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는 지난 11월1~8일 부산지방경찰청과 산하 15개 경찰서, 부산해양경찰서 등 17곳을 방문해 변호인 접견시설 실태를 조사했더니 35곳의 진술녹화실 가운데 9곳이 변호인 접견실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지방경찰청은 진술녹화실 3곳을 변호인 접견실로 쓰고 있다. 산하 경찰서 4곳은 진술녹화실 2~3곳 가운데 1곳을 변호인 접견실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1층 형사팀과 2층 교통조사계에 있는 진술녹화실 2곳을 변호사 접견실로 이용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도 진술녹화실 3곳은 변호인 접견실로도 이용하고 있다. 서울에선 경찰서 31곳 가운데 남대문·동작·구로경찰서가 진술녹화실과 변호인 접견실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강원지역 경찰서 17곳 가운데 춘천·원주·강릉경찰서의 진술녹화실을 변호인 접견실로도 쓰고 있다.

변호인 접견실이 턱없이 부족한 지역도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 12곳 가운데, 변호인 접견실은 청주상당·청주흥덕·충주·제천·영동경찰서 등 유치장이 있는 5곳에만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경찰서 5곳에는 진술녹화실이 21곳 있지만 변호인 접견실은 동부·둔산경찰서 등 2곳에만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 5곳엔 변호인 접견실이 있지만 지방청에는 유치장이 없다는 이유로 두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공간·예산 부족 때문에 진술녹화실을 변호인 접견실로도 쓴다고 설명한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진술녹화실에서 녹음하면 실내 지시등이 켜지기 때문에 변호인과 피의자도 알 수가 있다. 진술녹화실에서 이뤄지는 변호인 접견 내용을 엿듣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1992년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대화 내용에 대해 비밀이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고 결정한 뒤 20년이 지났는데도 경찰서에 독립된 변호인 접견실이 없다는 것은 경찰이 피의자 인권 보호에는 둔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찰청이 2013년 4월 만든 ‘변호인 접견·참여와 관련한 규칙’에 진술녹화실을 변호인 접견실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경찰이 피의자 인권 보호에 흉내만 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의 변영철 변호사는 “경찰이 변호인 접견 내용을 엿듣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진술녹화실이 변호인 접견실로 이용된다는 것은 용의자 또는 피의자의 자기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공간 부족을 이유로 독립된 변호인 접견실을 두지 않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전국종합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