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리정보원, 말띠해 맞아 지명 분석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 ‘말죽거리’는 여행자들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도양리 ‘말봉’은 마을 뒷산이 말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말이 울면 흥하고 구리로 만든 말을 세우면 풍년이 들었다는 구전설화가 깃든 지명도 있다. 전북 순창군 동계면 이동리 ‘동마동’은 마을 뒷산에 구리쇠로 만든 말을 세워놓은 뒤 풍년이 들었다고 하고, 전북 완주군 고산면 성재리 ‘마루리’는 말이 울어야 마을이 흥했다는 ‘마울리’에서 비롯했다.
31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2014년 말띠해를 앞두고 말과 관련한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전북 진안군 ‘마이산’ 등 말의 다양한 모습과 관련한 지명이 눈길을 끈다.
말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지친 말을 교환하고 쉬었던 곳도 지명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경북 상주시 모서면 삼포리의 역마루, 충남 보령시 주포면의 역말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지명 150만여곳 가운데 744곳이 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09년부터 해마다 동물과 관련한 지명을 조사해왔는데 호랑이 389곳, 토끼 104곳, 용 1061곳, 뱀 207곳 등으로 나타났다. 지명과 관련해 용 다음으로 말이 많은 셈이다.
시·도별로 말과 관련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으로, 전남 장성군 녹진리의 마산마을 등 142곳이 있다. 경북 102곳, 충남 100곳, 경남 86곳, 경기 80곳, 전북 78곳이 뒤를 이었다.
말과 관련해 똑같은 지명을 쓰는 곳은 마산 49곳, 천마산 24곳, 역말 19곳, 갈마 14곳, 마동·철마산이 각각 12곳 등으로 조사됐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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