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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글재주로 이웃 돕죠, 우리동네 라디오 스타

등록 2014-01-06 19:19수정 2014-01-06 22:23

김병순(59·부산시 동래구 사직1동)씨
김병순(59·부산시 동래구 사직1동)씨
홀몸노인 난방비 지원 김병순씨

부산 사직1동 새마을부녀회장
MBC ‘여성시대’에 사연 보내
3년간 20여가구 ‘뜨뜻한 온기’
“나의 작은 글재주가 남을 돕는 도구로 쓰일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홀몸노인 등의 사연을 3년째 방송사에 보내어 그들을 도와온 김병순(59·사진·부산시 동래구 사직1동)씨는 6일 “저의 글로 한겨울 냉방에서 고생하던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3년 전 겨울이었어요. 어르신들을 찾아갔는데, 햇볕을 쬐며 옹기종기 앉아 있었어요. 난방비를 아끼려던 것이었지요.” 도울 길을 고민하던 김씨는 2011년 11월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동으로 벌이던 ‘사랑의 난방비’ 공모에 지원했다. 겨울을 어렵게 보내는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의 사연을 적어 보내면 현장조사를 거쳐 난방비를 지원하고 일부 사연은 라디오방송에서 소개하는 것이었다.

첫해 김씨가 보낸 사연 가운데 한 가구가 선정됐다. 2012년엔 5명의 사연을 적어 보내 3명이 선정됐다. 지난해 11월엔 7명의 사연을 보냈는데 6명이 80만원씩 지원받았다.

김씨가 시작한 ‘글품 기부’는 또다른 나눔을 낳았다. 난방비를 지원받은 홀몸노인들이 ‘더 어려운 분들한테 전해달라’며 난방비 일부를 다시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난방비를 지원받은 6명 가운데 5명은 20만~30만원씩을 쾌척했다. 김씨는 5명이 기부한 140만원을 지난달 26일 다른 6가구의 난방비에 보태도록 15만~30만원씩 전달했다. 이런 방식으로 3년 동안 난방비를 지원받은 가구는 모두 20가구를 넘는다.

김씨는 40년 넘게 매주 3~4차례 이상 일기를 써왔고, 언론사에 투고하며 글쓰기 실력을 키웠다. 1995년 ‘영남여성백일장’에 나가 수필 부문 은상을 받았고, 부산은행이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적도 있다.

스스로를 평범한 주부였다고 소개한 김씨는 20여년 전 사직1동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몸이 아팠던 일을 계기로 이웃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6년째 부녀회장을 맡아 형편이 어려운 차상위층이나, 규정 때문에 행정의 복지망에서 벗어나 있는 저소득층에 다가서려 했다. 부녀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밑반찬을 만들어 건네고 홀몸노인들 효도관광 모시는 일에 나섰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날마다 요구르트를 보내는 까닭도 있다. 요구르트 배달원이 다음날 다시 찾았을 때 요구르트가 그대로 있으면 부녀회에 알려달라고 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 병이 깊어지거나 혹시 숨졌을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뜻이다.

“몸이 무겁거나 할 때는 봉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난방비나 김장김치를 받아 든 어르신들이 두 손을 꼭 잡으며 눈물짓는 모습을 떠올리면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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