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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밤의 교정’에서 배움의 한 푸세요

등록 2014-01-08 19:24수정 2014-01-09 13:56

손인범 서흥중 교사
손인범 서흥중 교사
‘야학 20년’ 손인범 서흥중 교사
“전교조 활동 않겠다” 각서 거부
임용 제외된 지 14년 만에 교단
배움 목마른 이 많아 야학 열어
“찾아오는 학생 없을 때까지 계속”
전북 군산 서흥중학교 손인범(57·사진) 교사는 낮밤으로 바쁘다. 낮에는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조합원 선생님으로, 밤에는 야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유죄 선고를 받은 뒤 지난해 11월에야 재심을 거쳐 최종 무죄선고를 받았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때는 유죄였다가, 딸 박근혜 대통령에선 무죄가 된 것이다.

전북대 체육교육과 75학번인 그는 3학년 때인 1977년 4월 교내에서 ‘유신반대와 언론자유 보장’ 등의 주장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7개월 만인 그해 11월에 풀려났다. 83년 제적된 학교로 돌아와 85년에 졸업했다. 입학한 지 10년 만이었다.

그러나 전교조가 창립된 89년 노태우 정부는 전교조 조합원을 대량 해직시켰다. 당시 국립대 발령 대기 상태였던 그는 학생운동 경력에다 ‘전교조 활동을 않겠다’는 각서를 거부하면서 임용에서 제외됐다. 이런 부당함에 맞서 싸웠고, 드디어 졸업한 지 14년 만인 99년에야 교단에 설 수 있었다.

그 자신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그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93년 전북 익산시 신동 북부시장 근처에 야학 ‘우리배움터’를 열었다. 처음에는 나이든 어르신 등 5명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해 70여명이 배운다. 교사 5명이 한글반·산수반·컴퓨터반·생활영어반으로 나눠 가르치고 있다.

그가 야학을 시작한 동기는 글을 모르는 어른들을 생활에서 많이 접했기 때문이었다.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시내버스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며, 은행에서 대신 청구서를 써달라는 노인들을 일상 곳곳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생활정보지에 야학 광고를 냈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분들이 그것을 보고 찾아올 리가 없었다. 지역방송의 도움을 받아 학생이 차츰 늘었다. 무료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월 1만원씩 회비를 냈고, 후원금 등으로 꾸려나갔다.

그는 “아직도 못 배운 게 한인 분들이 많다. 찾아오는 학생이 없을 때까지 야학을 계속 할 것이다. 이것이 교사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손 교사는 2008~11년 전교조 익산지회장을 지내는 등 전교조 활동에도 정성을 다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와 관련해 “조합원 자격 여부는 노조 자체가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14년 동안 합법적으로 활동한 전교조를 갑자기 법외노조라고 하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라고 말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가슴에서 발까지 가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평생 실천하는 삶을 살아온 선생님의 고백이다.

군산/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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