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장기 방치한 미혼모 신고안해
부산시 “소극적 관행에 경종 차원”
부산시 “소극적 관행에 경종 차원”
부산시는 9일 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을 장기간 어린이집에 방치하고 있는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민간 어린이집 원장 정아무개(55)씨한테 과태료를 부과해 징수했다고 밝혔다. 부모의 자녀 학대 사실을 알고도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한테 과태료를 징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는 지난해 2월 20대 미혼모가 유아무개(6)군을 맡긴 뒤 연락이 없자 보육료를 받지 않고 유군을 어린이집에서 24시간 돌봤다. 같은 해 7월 부산시와 구청,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 꾸려진 아동 학대 단속반은 유군의 엄마를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부산시와 구청은 지난달 19일 정씨한테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유군은 지난해 8월부터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4~5명의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정씨가 과태료를 기한보다 일찍 납부해 20%(30만원)를 감면받았다.
아동복지법은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의 대표와 교사,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은 18살 미만 어린이나 청소년이 폭행으로 상처를 입거나 한달 이상 어린이집에 머무는 등 학대받는 것을 목격하면 즉시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동 학대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에게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재산압류를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부산시가 과태료를 징수하기 이전까지 행정기관이 과태료를 부과한 일은 한차례도 없었다.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들이 과태료를 내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아동 학대를 목격하고도 부모한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동 학대 신고의무 위반자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과태료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했다.
부산시 출산보육담당관실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장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미혼모의 아이를 직접 키우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동 학대 행위를 보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신고의무자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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