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지닌 내연녀와 그의 자식 등을 자신의 딸과 손자 등으로 둔갑시켜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타낸 7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청남경찰서는 내연녀 등의 신분을 세탁해 국고보조금 등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장아무개(7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는 1998년 1~2월 우연히 지적장애인 이아무개(46·당시 30살)씨와 이씨의 딸 ㅈ(21·당시 5살)씨, 아들 ㅈ(19·당시 3살)군 등을 만났다. 장씨는 이씨와 혼인 신고를 하려다 이씨가 남편 ㅈ씨와 이혼을 하지 않아 신고가 어렵게 되자 그해 3월 이씨를 딸로, 이씨의 딸과 아들은 손녀·손자로 각각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동사무소엔 “먹고 살기 바빠 호적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한 뒤 이웃을 보증인(인우보증)으로 세워 손쉽게 호적 신고를 했다. 이씨와 ㅈ씨, ㅈ군 등은 이미 다른 호적이 있어 이중 호적을 갖게 됐지만 동사무소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직업이 없는 장씨는 이들을 부양 가족이라고 속여 최근까지 다달이 기초생활수급비 50여만원을 타냈으며, 내연녀인 이씨에게 장애인 자활노동을 시켜 다달이 70만원을 챙기는 등 1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장씨는 경찰에서 “이들이 안쓰러워 데리고 살려고 했다”고 발뺌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씨와 사실혼 관계였다는 것 등이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장씨는 자신의 친딸도 같은 방법으로 신분세탁을 해 이중 호적을 갖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의 딸은 세탁한 호적으로 이혼 경력을 숨기고 재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의 범행은 ㅈ씨가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신지욱 청남서 수사과 지능팀장은 “출생 신고 당시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가 없더라도 이웃 등의 인우보증이 있으면 호적에 올려주는 맹점을 이용했다. 혹시 장씨의 신분 세탁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했는지, 공무원 등의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