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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율촌 봉두마을에 송전탑 30여기…또 6기 건설 추진
여수 율촌 봉두마을에 송전탑 30여기…또 6기 건설 추진
장흥 위씨와 광산 김씨 집성촌인 전남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 80여가구 주민 200여명은 대부분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1970년대 처음 송전탑이 마을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는 전기가 살림을 피게 해줄 거라는 생각에 손수 지은 밥과 국을 공사 현장에 가져다주며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을 지원했다. 송전탑이 생긴 뒤 비가 오면 전선을 타고 흘러나오는 ‘찌지직’ 소리에 무서워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때도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십년에 걸쳐 주민 30여명이 암과 백혈병, 그리고 원인 모를 질병으로 죽는 것이 의아했던 이들은 최근에야 밀양 송전탑 사태와 전자파의 폐해에 대해 알게 됐다.
2011년 4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정전 사태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뒤, 한전은 지식경제부의 선로 보강 지시에 따라 봉두마을을 포함한 20개 마을에 송전탑 45기를 건설중이다. 봉두마을 주민들은 한전이 기존의 송전탑 30여개에다 새로운 송전탑 6기를 마을에 건설한다면 마을 전체가 고압전선에 둘러싸이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을 삥삥 둘러싼 19기의 송전탑을 마을 뒷산으로 옮기고, 새로 짓는 송전탑도 위치를 조정해주길 원하고 있다. 건강은 둘째 치고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농사짓고 살고 싶은 게 바람이란다. 마을 주민들은 오늘도 한전이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중단한 송전탑 앞 컨테이너 박스에 모여 공사 재개를 막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미 들어선 송전탑을 뒤로하고 선 이들의 눈빛이 애처롭다.
여수/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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