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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된 철새…전국 축산농가 “출입 막고 소독해도 불안”

등록 2014-01-20 20:52수정 2014-01-20 21:48

19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 한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오리들을 질식사시킨 뒤 파묻고 있다. 부안/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9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 한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오리들을 질식사시킨 뒤 파묻고 있다. 부안/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고병원성 AI 비상]

철새도래지 인근 농장에선
“하늘에 한마리만 보여도 불안”
금강하구 개체수 하룻새 4배
군산시, 2시간마다 관찰활동

전북 이동제한에 도계장 휴업
다른 지역서도 외출 자제
“소독 말고는 대책 없어 답답”
겨울철새인 가창오리 100여마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자, 초기 발생지인 전북 고창·부안 등 호남지역뿐 아니라 충청·영남지역의 닭·오리 축산농가들까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국내 최대 닭가공업체인 ㈜하림은 하루 55만마리를 처리하는 전북 정읍·익산 도계장 가동을 20일 중단했다.

닭·오리 등 축산농가들은 외부 출입마저 끊은 채 방역에 안간힘을 썼고, 철새들이 머무는 저수지나 이동경로 주변의 농민들은 철새들이 눈에 띄기만 해도 긴장하는 등 사태 확산을 걱정해 발을 동동 굴렀다.

2·3차로 감염이 확인된 전북 부안군 줄포면의 오리농가 주변에서 닭 12만9000마리를 키우는 정구만(65)씨는 이날 “농장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하지 않고 있다. 닷새 뒤면 출하해야 하는데,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걱정된다”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림은 20일 정읍·익산 두 곳의 도계장 가동을 중단했다. 가금류 등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으로 닭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19일은 도계를 하지 않지만, 이들 공장에선 하루 55만마리를 도축한다.

철새 도래지인 고천암호가 지척인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서 닭 7만마리를 키우는 전병헌(54)씨는 “산 너머 고천암이 철새들로 하늘이 시커멓게 덮이고는 하는데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료도 이틀분밖에 없고 출하할 시점도 다가오는데…”라며 착잡해했다.

전북과 맞닿은 충남 논산 축산농가들도 바깥출입을 삼가고 택배 배달원 등 외부인들이 농장에 접근하는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논산시 부적면에서 오리 5000여마리를 키우는 홍아무개(42)씨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뒤로는 꼭 필요한 약품이나 생활필수품을 살 때 말고는 농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도 조류인플루엔자로 오리 8000여마리를 살처분하고서 2억원 넘는 손해를 봤다는 홍씨는 “축사 안과 밖에서 신는 신발을 여러 켤레 따로 쓰고 소독도 더 자주 하지만, 이것 말고는 딱히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답답해했다.

2003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로 닭·오리 수만마리를 묻었던 충북 음성군의 닭·오리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음성군 호산리에서 닭 5만4000여마리를 기르는 이종민(51)씨는 “양계농가들은 아예 서로 발걸음을 끊은 채 전화로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철새가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농가 등이 옮기는 것은 피하자는 뜻에서다”라고 말했다. 청둥오리 등 철새들의 도래지와 가까운 청원군 내수읍에서 닭 3만여마리를 기르는 이재열(50)씨는 “모든 게 걱정이다. 하늘에 새 한마리만 나타나도, 멀리서 차 소리만 들려도 긴장된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 금강하구에는 가창오리가 전날 5만~6만마리에서 20만마리 넘게 몰려들어,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군산시 금강철새조망대의 한성우 학예사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고창 동림저수지의 서식환경이 나빠지자 50㎞가량 떨어진 금강하구로 철새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2시간마다 비실비실한 개체가 있는지 세심하게 예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창 해남 논산 음성/박임근 안관옥 전진식 오윤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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