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만원의 정부지원금과 길에서 모은 폐지를 판 돈으로 어렵게 사는 홀몸 할머니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꾸준히 돕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윤동녀(84·여·경북 문경시 점촌1동)씨는 다달이 받는 기초노령연금 9만여원과 생계급여지원금 20여만원으로 생활한다. 하지만 그는 건강 악화로 지난해 3월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전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은 손수레를 끌고 마을을 다니며 폐지와 빈 병을 주워 팔았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200만~500만원씩 9년간 모두 287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윤씨는 최근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인 채옥순(82·여·경북 포항시 해도동)씨도 동네를 다니며 폐지, 고철 등을 주워서 판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지난 22일 홀몸노인 200여명에게 100만원어치의 떡을 전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장학금으로 10만원을 내기도 했다. 채씨는 “나도 형편이 어렵지만 같은 처지의 홀몸노인들이 설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떡을 돌렸다”고 말했다.
포항시 홀몸노인 생활관리사인 황정애(52)씨는 “채옥순 할머니는 늘 폐지를 모으며 부지런하게 생활하고 있다.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올해 또 한번 이웃돕기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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