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사문화적, 자연경관적으로 빼어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등은 자연훼손과 경관의 사유화를 우려하며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신해원유한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뉴오션타운 조감도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중국자본, 작년부터 개발산업 추진
일부 능선까지 시설 건설 계획에
올레 10코스·문화재 훼손 우려
제주올레 “눈앞 수익보다 미래 봐야”
일부 능선까지 시설 건설 계획에
올레 10코스·문화재 훼손 우려
제주올레 “눈앞 수익보다 미래 봐야”
역사문화적, 자연경관적으로 빼어난 가치를 지닌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에 대한 개발사업이 가시화하자, 환경단체 등이 환경훼손과 경관의 사유화를 우려하며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 칭다오의 신해원유한회사는 지난달 19일 개발사업 시행승인 신청을 하고 송악산 일대 유원지 지구에 ‘뉴오션타운 조성’을 추진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서귀포시에 제출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사업은 사업비 5500억원을 들여 2017년 4월까지 송악산 외륜(바깥 분화구)과 알오름 일부 지역 등 19만1950㎡에 관광호텔(353실), 일반호텔(299실), 단독·연립형 휴양콘도미니엄(205가구) 등 숙박시설과 문화시설, 전시관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의 최고 높이는 8층(32m)으로 계획됐다. 계획상으로는 송악산 외륜의 일부 능선까지 포함된다.
서귀포시는 지난달 27일 주민설명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8일까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람을 실시했다.
그러나 송악산 일대는 역사문화유산과 자연경관적으로 빼어난 조건을 갖춘데다, 올레 10코스까지 있는 곳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개발 예정지에서 50~300m 떨어진 지점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셋알오름 갱도진지와 고사포진지, 송악산 외륜 갱도진지 등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도민들을 강제동원해 구축한 군사시설 흔적들이 있다.
특히 사업 터는 한라산 백록담과 산방산, 형제섬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경치가 빼어난 곳이어서 개발에 따른 ‘경관의 사유화’ 비판이 뒤따를 전망이다. 더욱이 송악산의 지질 형성 연대가 늦어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지금도 해안절벽 쪽의 갱도진지 주변에서는 붕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08년 제주올레 10코스를 개설할 때 송악산 정상으로 길을 이었으나 올레꾼의 증가로 지반 훼손이 우려돼 2010년 코스를 해안 쪽으로 우회했다. 답압(밟아서 생긴 압력)현상으로 생기는 훼손조차 걱정할 만큼 송악산 일대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뉴오션타운 사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제주올레는 “‘선 보전 후 개발’을 강조해 온 제주도는 눈앞의 개발수익보다는 보전이 가져올 미래적 가치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3개 환경단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의 보존가치를 재인식하고 현재의 개발계획을 전면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송악산 유원지 지구는 1995년 98만9730㎡의 지구 지정 뒤 1999년 개발사업이 추진됐으나 환경단체의 반발과 사업자의 자금 부족이 겹쳐 2년 동안 착공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업 승인이 취소됐다. 이어 2010년 3월 제주도 도시관리계획위원회에서 지구 면적을 19만1950㎡로 축소했지만 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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