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전역으로 확산
축사소독 매달린채 온종일 긴장
“부여 닭 감염소식에 가슴이 덜컥”
“또 이동중지 명령땐 정말 큰일”
호남·충남 이어 경기도서도 발병
지자체 나서 매몰처분·방역 고삐
축사소독 매달린채 온종일 긴장
“부여 닭 감염소식에 가슴이 덜컥”
“또 이동중지 명령땐 정말 큰일”
호남·충남 이어 경기도서도 발병
지자체 나서 매몰처분·방역 고삐
“이동중지 명령이 다시 내려질까봐 조마조마합니다.”
26일 전남 해남군 닭 사육농가의 전병헌(54)씨는 축사 안팎을 소독하는 동안에도 라디오 뉴스를 듣느라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해남 황산면 일신리 이목마을에서 닭 3만7000마리를 키우는 그는 지난 19일 전남북과 광주의 가금류 농장과 축산 종사자, 축산 차량을 대상으로 48시간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출하를 일주일 넘게 미뤄야 했다. 이 때문에 통상 38일이면 출하하는 삼계탕용 닭의 생육기간이 43일을 넘기고 있다.
“설 전에 출하하고 3월까지는 쉬고 싶습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날마다 조마조마 애를 태우는 게 힘듭니다. 이러다 이동중지가 내려지면 정말 큰일 나죠.”
그는 하루 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확진된 해남 송지면 씨오리농장에서 30㎞ 떨어져 10㎞까지 설정된 방역대 밖인데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인근 황산면 송호리에서 닭 20만마리를 키우는 박광용(65)씨도 하루 종일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축사 소독에 매달렸다. 그는 축사 9개 동을 오전 7시와 오후 5시 하루 두차례 이동식 고압 분무기로 7~8시간씩 소독하고 있다.
“충남 부여에서 닭이 감염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답답해요. 서울에 사는 아들 둘한테 이번 설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났더니 마음 한편이 허전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주말 동안 전북에서 전남과 충남 등 서해안권 전역으로 퍼지면서 축산농가들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경기도 시화호 근처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오리에 이어 닭까지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가들은 자녀의 설 귀향까지 막는 등 불안감이 한껏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의심 신고가 들어온 전남 해남·나주·영암, 전북 부안, 충남 부여 등지에서 닭·오리를 땅속에 묻고 철새도래지 주변 방역을 강화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전국 최대 가금류 생산지인 경기에선 조류인플루엔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 지역에는 농가 1637곳에서 5500만마리의 닭과 오리를 사육하고 있다. 경기도는 26일 화성시 시화호 일대의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8형)가 검출된 뒤 농가 쪽의 의심 신고나 이상 징후가 없는 상황인데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화호로부터 반경 10㎞ 안 농가와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고 반경 30㎞까지 예찰활동을 하고 있다. 시화호 반경 10㎞에는 화성·안산의 농가 31곳에서 닭·오리 13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도는 특히 조류인플루엔자가 충남 금강호와 삽교호에 이어 시화호까지 북상한데다, 인접한 천안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평택, 안성, 이천, 여주, 화성, 안산 등지에서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전남에서는 25~26일 같은 농장주가 운영하는 해남 송지면, 나주 세지면, 영암 덕진면의 씨오리농장 3곳에서 매몰 처분이 진행됐다. 또 이 농장주가 출입하거나 출하한 나주·구례·곡성·무안 등지 농장 15곳의 이동을 제한했다.
충남의 경우 25일 부여군 홍산면 씨닭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돼 닭 1만6000마리와 반경 3㎞ 안 농가 2곳의 닭·오리 11만8000마리가 매몰됐다. 올해 들어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은 처음이다. 26일에는 천안시 직산읍 씨오리농장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의심 신고가 접수된 농장 4곳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된 전북에서는 25일 부안군 계화면 씨오리농장에서 5번째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도는 해당 농가와 주변 500m 안 농장 2곳에서 오리 10만4000마리를 땅에 묻었다.
부산에서는 지난 23일 철새도래지인 사하구 을숙도 근처에서 물닭과 갈매기가 숨진 채 발견돼 감염 여부를 검사중이다. 울산에서도 지난 21일 북구 창평동 논에서 떼까마귀 14마리의 사체가 발견돼 원인 조사를 벌이는 등 비상이 걸렸다.
광주 전주 의정부 대전 부산/안관옥 박임근 박경만
송인걸 김광수 기자 okahn@hani.co.kr
송인걸 김광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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