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상옥분교 폐교 위기에
주민들 빈집 고쳐 무상 제공
가까스로 올해 입학생 나와
주민들 빈집 고쳐 무상 제공
가까스로 올해 입학생 나와
시내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경북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 상옥마을에 지난 25일 김현욱(43)씨 일가족 4명이 이사를 왔다. 김씨의 일곱살 난 아들 지훈이는 오는 3월 이 마을에 있는 죽장초등학교 상옥분교에 입학한다. 지난해부터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상옥분교가 지훈이 덕에 되살아나게 됐다.
상옥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상옥분교가 폐교 위기를 넘겼다.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상옥분교의 전교생은 2학년 4명, 3학년 1명, 4학년 1명, 5학년 4명, 6학년 1명 등 11명이다. 학생이 갈수록 줄어들자 마을 주민들은 3년 전 상옥학교발전위원회, 상옥분교학부모회 등을 꾸려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발전위원회와 학부모회는 학교에 도서관을 만든 데 이어, 지난해 10월 운동회 땐 모임을 열어 마을 빈집을 수리해 공짜로 내줌으로써 다른 지역 주민들이 상옥마을에 이사를 오도록 유도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한달간 학부모회는 이 마을의 신창현 중앙교회 목사와 건축회사 등의 도움을 받아 빈집을 수리했다. 이 집에 김씨 가족이 이사를 왔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돈을 모아 지훈이네 집 부근의 또다른 빈집을 수리하고 있다.
정연옥(43) 학부모회장은 “마을도 살리고 학교도 살리기 위해 상옥마을로 이사 올 사람을 찾고 있다. 공기 좋고 토마토·사과 재배로 소득도 높은 상옥마을로 이사 오면 집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마을에서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주선해준다. 올해 안에 빈집을 몇채 더 고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