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마을 전승관서 도배례
어른들 한복 입고 세배받고 덕담
“웃어른 공경·공동체 화합에 큰 보탬”
어른들 한복 입고 세배받고 덕담
“웃어른 공경·공동체 화합에 큰 보탬”
옛날에 설날이면 가족뿐 아니라 이웃 어르신께도 세배를 했다. 설 차례를 마친 뒤 가족끼리 세배를 하고, 이웃 집집을 돌며 세배를 한 뒤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를 마을 세배란 이름의 ‘도배’라 불렀다.
예향이자 전통 문화 도시인 강원도 강릉에는 도배가 살아있다. 특히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는 1577년 마을 주민들이 대동계를 만든 뒤 430여년째 도배 전통을 잇고 있다. 그동안 한국전쟁 시기와 2011년 구제역이 마을을 덮쳤을 때만 도배례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핸 설 다음날인 2월1일 오전 10시부터 마을 전통문화전승관에서 마을 최고 어른인 조규상(91) 촌장 등을 모시고 도배례를 열 참이다. 마을 어른들은 도포, 두루마기에 갓을 갖춘 전통 복장으로 세배를 받고, 마을 안녕과 건강·출산 기원 등의 덕담을 건넨다. 부녀회는 세배를 하고 받는 마을 주민들과 나눌 떡국과 술 등 음식을 마련한다. 세배 뒤에는 사물놀이 등을 곁들인 마을 잔치로 이어진다.
위촌마을 도배는 율곡 이이 선생이 뿌리내린 서원향약에서 비롯됐다. 강릉지역 백과사전인 <강릉문화대전>은 ‘도배는 율곡 이이가 만든 서원향약에서 비롯되었으며, 대동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 경로효친과 마을의 질서 유지, 대동화합을 위해 행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석봉(72) 마을 대동계 총무는 “마을의 어르신은 모두의 어른이기 때문에 설 명절을 맞아 공경의 뜻으로 세배를 한다. 도배 때문인지 마을은 대대로 늘 평안하다”고 말했다.
강릉에서는 성산면 구산·관음·금산·어흘·보광리, 강동면 모전·언별리 등 농촌뿐 아니라 초당·옥천·포남·강남·경포·성덕동 등 도시에서도 도배 전통을 잇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횡계2리, 차항1·2리 등에서도 합동 세배를 한다. 손도규 강릉시 문화예술 과장은 “위촌마을 등의 아름다운 도배 전통이 웃어른을 공경하고 마을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릉/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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