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북 진천군에서 두 번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농가가 확인된 가운데 2일 오후 진천군 이월면 한 오리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을 위해 오리를 몰고 있다. /연합뉴스
축산과학원 ‘심각’ 경보
사료·유류 비축 직원 퇴근 못해
부산·진천·음성·정읍서도 의심신고
전국 닭·오리 250만마리 살처분
사료·유류 비축 직원 퇴근 못해
부산·진천·음성·정읍서도 의심신고
전국 닭·오리 250만마리 살처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연구용 토종 씨닭 700여마리를 키우는 경기도 수원시 국립축산과학원 인근에까지 번져 방역 당국과 축산과학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28일 수원시 권선구 농촌진흥청 인근 저수지 서호에서 죽은 채 발견된 큰기러기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뢰해 정밀검사한 결과 조류인플루엔자 고병원성 H5N8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연구용 토종 씨닭과 형질전환 닭 701마리를 기르는 축산과학원은 서호에서 5㎞쯤 떨어져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7일 자체 위기경보 4단계 중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해 축산과학원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축산과학원은 30일치 사료와 유류를 비축하고 모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다. 씨닭·씨오리 등 유전자원 2만점을 축산과학원 본원과 함께 나눠 보관하는 전북 남원의 가축유전자원시험장과 충남 천안의 자원개발부도 각각 지난달 19일과 25일부터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축산과학원 본원·분원 2곳의 직원 263명은 설 연휴에도 퇴근하지 못한 채 시설 안에서 지냈다. 김승일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은 “축산과학원 인근 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신고만 접수돼도 최고 수준 위기경보를 발령해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선 화성시 시화호에 이어 수원에서도 야생조류의 감염이 확산되자 수도권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인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나흘 동안 부산 강서구, 충북 진천·음성군, 전북 정읍시 등 4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 또 70마리가 한꺼번에 죽어 지난달 29일 의심신고됐던 경남 밀양시 초동면의 양계농장 토종 닭들은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감염이 확인됐다.
2일 현재 전국에서 20건의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접수돼 13건이 확진됐고, 3건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철새의 주검·배설물 등 163건을 검사한 결과 경기 화성 시화호와 수원 서호, 충남 서천 3건과 당진 삽교천, 전북 고창 동림지 9건과 군산 금강 하구, 전남 신안 등 7곳 17건에서 확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철새도래지 37곳에 77개 등 이동통제 초소 616개를 설치하고, 고속도로 나들목 250개, 버스터미널 304개, 기차역 220개, 공공기관 1260개 등 소독시설 2887개를 설치했다. 공무원·군인 등 7403명을 동원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된 106농가의 닭·오리 250만여마리를 살처분했고, 11농가의 25만여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밀양시 초동면 농장의 토종 닭이 고병원성 확진을 받자 이 농장의 닭 9400마리를 포함해 3㎞ 안 농장 8곳의 닭 9만여마리를 살처분했다. 충북도는 지난달 29일 충북 진천군 이월면 농장의 씨오리들이 고병원성 확진을 받자, 3㎞ 안 14농가 닭·오리 24만여마리를 살처분했다.
농식품부는 피해 농가에는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자금, 가축입식융자금 등을 지원하고, 축사시설에 대한 올해 재산세 감면, 지방세 체납액 징수 유예, 대출금 이자 납입 유예, 자녀 입영 연기 등을 지원하되, 방역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농가에는 살처분 보상금을 20~80% 깎겠다고 밝혔다.
수원 밀양 대전/박경만 최상원 송인걸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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