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토종닭을 출하하지 못한 한 양계농이 사료값이 없다며 자신이 기르던 닭을 한때 농장 밖으로 풀어놓았다.
10일 오전 9시께 전북 김제시 청하면에서 토종닭 2만여마리를 키우는 김아무개(52)씨는 자신의 닭들을 풀어놓았다. 닭 400~500마리가 농장 밖으로 나왔으나 출동한 경찰과 사료회사 직원 등에 의해 2~3시간 만에 대부분 수습됐다. 토종닭은 풀어놓아도 멀리 도망가지 않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사료값을 지급하지 못해 10일부터 사료회사에서 사료 공급을 중단했다. 닭을 앉은 자리에서 죽게 할 수 없어 알아서 먹이를 구하라고 닭을 풀어놓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닭 소비가 줄어들면서 출하가 늦어지는 바람에, 닭이 성체로 자라서 하루 300만∼400만원 가량 사료값이 든다. 사료회사에 지급할 사료값이 몇천만원으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토종닭의 경우 보통 60~70일 사육한 뒤 출하하는 데, 김씨의 농장에는 100일 이상 된 닭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시는 “해당 농가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 및 이동제한 조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다. 도계비 지원 등 정부가 최근 내놓은 닭 수매정책이 실질적으로 농가에 도움이 되지 않자, 자금난을 겪던 김씨가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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